일출 아니구요, 새해 첫 해 지는 모습입니다.
다대포 바다가 어찌나 멀던지 가는 도중에 거리에 네온이 들어오고 말았지요.
해가 다 빠질 것 같아 애가 탔었어요.
다행히 바다에 도착하자, 아침에 동해에서 떠올라 하루를 착실히 걸어온 해가 딱 저만큼 남아 있었어요.
고물 디카로 해만 한껏 당겼더니 바다도 구름도 모두 뭉개졌습니다.
그래도 해는 집니다.
일출을 보면서는 모두들 환호하지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애태움이 마구 소리되어 터져나오나 봐요.
하지만 지는 해 앞에선 환호가 없지요.
입 다물게 하는 숙연함만 있어요.
지고
지고
지더니
다 졌습니다.
사람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검은 그림자로 서성입니다.
한 쌍의 젊은이가 서서 키스를 하였습니다.
나는 이것저것 사진을 눌러대면서 아들에게 그 정보를 알려줬지요.
하지만 띨띨한 아들이 그들을 보았을 땐 키스가 끝난 뒤였어요.
곧 아들이 엇, 쟤들 또 한다, 이러더군요.
영화도 아닌 실제 광경이 재미있나 봅니다.
친절한 엄마 덕분에 현장학습 효과 만점이네요.
지 엄마아빠도 인천 송도 모래밭에 석양에 들어누워 키스를 나누던 청춘시절이 있었단 말은 안했습니다.
해도 졌는데 물새는 안 갑니다.
아까부터 한결같이, 고독하게 자세 잡습니다.
화려하고 빤질대는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하여 다대포에는 원시성이 남아 있습니다.
창공에 겨울새들이 무늬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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