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억 혹은 기록

새해 첫날

by 愛야 2009. 1. 2.

 

 

 

일출 아니구요, 새해 첫 해 지는 모습입니다.

다대포 바다가 어찌나 멀던지 가는 도중에 거리에 네온이 들어오고 말았지요.

해가 다 빠질 것 같아 애가 탔었어요.

다행히 바다에 도착하자, 아침에 동해에서 떠올라 하루를 착실히 걸어온 해가 딱 저만큼 남아 있었어요.

고물 디카로 해만 한껏 당겼더니 바다도 구름도 모두 뭉개졌습니다.

그래도 해는 집니다.

 

 

 

 

 

일출을 보면서는 모두들 환호하지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애태움이 마구 소리되어 터져나오나 봐요.

하지만 지는 해 앞에선 환호가 없지요.

입 다물게 하는 숙연함만 있어요.

 

 

 

지고

 

 

 

 

 지고

 

 

 

 

지더니

 

 

 

 

 

다 졌습니다.

사람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검은 그림자로 서성입니다.

 

한 쌍의 젊은이가 서서 키스를 하였습니다.

나는 이것저것 사진을 눌러대면서 아들에게 그 정보를 알려줬지요.

하지만 띨띨한 아들이 그들을 보았을 땐 키스가 끝난 뒤였어요.

곧 아들이 엇, 쟤들 또 한다, 이러더군요.

영화도 아닌 실제 광경이 재미있나 봅니다.

친절한 엄마 덕분에 현장학습 효과 만점이네요.

지 엄마아빠도 인천 송도 모래밭에 석양에 들어누워 키스를 나누던 청춘시절이 있었단 말은 안했습니다.

 

 

 

 

 

 

해도 졌는데 물새는 안 갑니다.

아까부터 한결같이, 고독하게 자세 잡습니다.

화려하고 빤질대는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하여 다대포에는 원시성이 남아 있습니다.

 

 

 

 

 

 창공에 겨울새들이 무늬를 그립니다.

 

 

 

 

 

 

 

 

'기억 혹은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영  (0) 2011.02.16
아들의 시  (0) 2011.01.20
장보기 해후  (0) 2008.08.23
석 3년  (0) 2008.07.15
세피아색 시절  (0) 2008.06.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