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64 설렁 경주 겨울과 봄을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탓하며 오로지 집에 웅크리고 있었다.얼마 전 천안에 사는 외사촌 J가 여행 가자고 전화를 했다.그녀는 나보다 한 살 위인데 둘 다 막내에다 같은 중. 고등학교를 다녀 자랄 때도 친구처럼 죽이 잘 맞았다.사실 내 속마음은 아니 아니, 절대로 안 움직이고 싶어,라고 했으나 겉으로 뱉진 못했다.내가 언젠가 외갓집 있던 함안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녀는 그것을 기억하여 챙기는 것이었다.하지만 나는야 갈대, 그건 그때고 지금은 그저 꼼짝하기 싫었다.외사촌도 함안은 가을에 가고 이번에는 통영이나 경주쯤 어떠냐고 했다.글타면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경주 가겠다고 동의하였다.그녀가 숙소와 본인의 ktx를 예약한 후 나도 겨우 왕복 srt표를 예약하였다.표를 예약하고 나니 뜻밖으로 여행의.. 2025. 4. 28. 부스러記 38, 두 계절에 걸쳐 2025. 1. 23. 목. 맑음어제 독감접종을 하였더니 팔이 조금 아프다.주사 맞은 자리가 빨갛게 부어 딴딴하다.초겨울 11월쯤에 해야 했지만 그때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미루다가 늦어버렸다.지금이라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싶다. 2025. 1. 29. 수. 맑음(설날)설 주간이다.아들은 음력으로 새해 일출을 보겠다더니 정작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서 으악 소리치며 일어났다.들뜬 머리에 야구모자 눌러쓰고 뛰쳐나갔는데 광안리나 이기대 어디쯤으로 갔을 거다.내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으니 돌아와서 일출 사진들을 보여준다.고 3이 되던 새해 둘이 같이 일출을 위해 개방된 광안대교에 갔던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아들은 늦은 아침을 먹고 오후에 서울로 갔다.긴 명절 연휴가 끝나는 내일 하루는 뒹굴.. 2025. 3. 23. 로망 따위 #1저녁 설거지를 한다. 가스레인지 주변도 닦는다. 가스밸브를 보니, 이미 잠겨져 있다. 보통 낮에는 밸브 연 채로 지내다가 저녁 설거지를 마치며 잠그는데, 밸브가 이미 잠겨 있다는 말은 즉 어제저녁에 잠갔다는 뜻이다(어쩌면 그저께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종일 가스 켤 일이 없었다는 증거다. 절기 寒食도 아닌데 나는 찬 음식을 먹었나? 그럴 리가.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를 이용했을 뿐이다. 아침은 빵이었으니 더욱이 가스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뜬금없이 마음이 일렁, 하네. #2샤워를 한 후 얼굴의 물기를 닦으려고 거울을 본다. 그런데 오른쪽 콧구멍에서 입꼬리 쪽으로 흘러내린 연한 분홍색 물줄기는 뭐지? 설마 혹시....? 흰 휴지로 닦아보니 아주 연한 코피 아닌 코.. 2025. 2. 18. 부스러記 37, Dynamic 싫은디 2024. 12. 01. 월. 맑음과일가게마다 제철과일인 감이 쏟아졌다.특히 대봉감은 지금 아니면 보기 힘든 품목이다.단골가게에서 떨이로 샀더니, 무려 7개에 5천 원이었는데 심지어 알도 굵다.아직 단단해서 뒷베란다에 모셔두었다가 홍시가 되는 대로 파먹어야겠다.색도 참 곱다. 2024. 12. 21. 토. 맑음동지다.한자는 冬至(겨울동, 이를지)인데, '겨울에 이르다'면 여태까지는 겨울이 아니었다는 말인가?윗지방은 김장도 진작 마치고 폭설까지 왔는데 그동안 겨울이 아니고 뭐였다는 말임?하지(夏至)는 그래도 본격적인 여름 아닌 6월이라 수긍이 가지만, 동지는 왠지 태클 걸고 싶다. 어쨌든 오늘은 동지, 팥죽을 먹는 날이다.오전에 죽집에서 정성스럽게 사 와 한 그릇 먹었다.찐득거리는 새알을 싫어해서 새알.. 2024. 12. 31. 부스러記 36, 짧은 가을 2024. 9. 21. 토. 폭우며칠 비가 오락가락하며 후텁지근한 더위만 부추기더니, 새벽부터 비가 쏟아졌다.무더운 추석도 지나고 10월이 머잖았건만 계절은 내내 여름이었다.하지만 그동안 미루어졌던 비가 퍼부었는지, 폭우가 내리면서 단박에 공기가 서늘해졌다.도시의 곳곳이 침수되거나 넘실거리고, 난폭한 여름은 그렇게 떠나고 있다. 2024. 10. 3. 목. 쾌청, 비로소 가을로.공휴일이라고 특별히 기쁠 이유가 없어진 지 오래인데도 여전히 빨간날은 마음이 한갓지다.하늘이 열린 날, 조상님 덕택에 직장인들은 하루 쉬고 T.V. 는 종일 재방송을 하였다.평소 거의 안 보던 육아 관찰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홀린 듯 본다.거기 나오는 두 아기들이 너무 귀여워서다.형 은우는 34개월 동생 정우는 16개.. 2024. 12. 7. 잊은 시간 얼마 전, 티스토리 블로그의 홈화면이 새로 바뀌었다.(효율적으로 바뀐 것도 아니다.)휴대폰으로 연 내 블로그 첫 화면에 '인기글'이라고 주욱 떠 있었다.바뀌기 전에도 있던 통계 메뉴지만 굳이 전면으로 새로 배치되어 보기만 산만해졌다.옛날 글일수록 조회 1회가 대부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글은 '인기글' 반열에 올라 있었다.'인기'라는 단어의 뜻이 나 모르게 변했나 보다. 어느날, 그 인기글 아닌 인기글 목록에 '막걸리를 위하여'라는 제목이 보였다.20여 년 블로그 글을 올렸지만 나는 제목을 보면 어떤 내용을 썼었는지 대강 떠오르곤 한다.그런데 '막걸리를 위하여'는 생전 처음 보는 제목이었다.더구나 배부른 막걸리를 좋아하지도 않는 주제에 내가 저런 글을 썼다고? 전혀 기억도 깜깜 없고 그래서 궁금.. 2024. 11. 6. 흘러가자 뒷베란다의 창으로 선선한 바람 한 줄기가 들어온 날이었어. 양파를 가지러 간 참이었지. 바람이 얼굴과 머리카락을 스치는 순간 멈칫했어. 와, 드디어 가을이 왔구나, 바람이 가벼워졌네. 나는 양파를 한 알 든 채로 창가에 서서 다음 바람을 기다렸지. 이미 9월이었거든. 하지만 나의 성급한 판단이었어. 그다음 바람은 없었어. 여러 번 말했다시피, 계절과 계절 사이에는 비가 있지. 바람이 아닌 비. 이 비 그치면 봄이, 가을이, 겨울이 올 것이라고 시인들도 다정하게 알려주었어. 비가 온다고 반드시 계절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계절이 바뀔 때는 반드시 비가 있지. 수학시간에 배운, 명제가 성립할 필요과 충분조건처럼 말이야. 결국 비가 왔어. 그동안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뜨거운 세상을 식히지 못했지. 밀렸.. 2024. 10. 12. 폭염이니까 그래 #1매일 찌는 듯이 더웠다.더위를 유독 타는 나는 집에 숨어있다가 해가 지면 슬금슬금 마트에 가거나 산책을 했다.잘하면 후천적 드라큘라도 될 수 있겠다.그러나 낮에 봐야 하는 볼일도 있어서, 이를테면 오늘처럼 은행에 가려면 되도록 이른 아침에 나가곤 했다. 골목길 내 앞에 자그마한 할아버지가 가고 있다.시장에 가시는 듯 가정용 카트를 돌돌 끌고, 아니 그런데 저것은 양산...?서울도 아니고 신세대도 아니고, 이른바 '경상도 남자'로 평생 살아오셨을 저 노인이 여성용 양산을 쓰고 있었다.짙은 네이비 바탕에 자잘한 무늬가 있는데, 꽃무늬인지 도형인지는 모르겠다.그러나, 폭염이니까 모든 것이 다 수긍되었다. #2매일 찌는 듯이 더웠다.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곁의 아주머니는 연신 손수건으로.. 2024. 9. 20. 부스러記 35, 지배하는 여름 2024. 06. 26. 수요일 맑다. 저녁에 넷플릭스 영화를 보다가 끄고 운동을 나갔다.돌아와 다시 영화를 켜니 졸지에 로그인을 하라는 문구가 T.V. 화면에 뜬다.갑자기 로그인?나는 회원이 아니고 아들 계정에 실쩌기 숟가락 얻은 공유자이니 뭔 로그인?아들에게 구조요청을 하고, 아들의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로 버벅대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화면이 열렸다. 얼마 전 넷플릭스가 주소지 다른 가족의 계정공유를 금지한다는 뉴스 이후로도 별다른 제재 없이 사이트가 열리기에 요금제에 따라 다르나 보다 하면서 잘 봐 왔다.그랬는데, 그저께 KT의 지니 셋톱박스를 새것으로 교체하였더니 넷플릭스도 제로베이스가 되어 다시 로그인이 필요했나 보다.그럼 아까까지 보았던 넷플릭스는 뭐란 말인고 이해가 안 되었지만, 깊이 알 수.. 2024. 8. 28. 이전 1 2 3 4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