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1. 토. 폭우
며칠 비가 오락가락하며 후텁지근한 더위만 부추기더니, 새벽부터 비가 쏟아졌다.
무더운 추석도 지나고 10월이 머잖았건만 계절은 내내 여름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미루어졌던 비가 퍼부었는지, 폭우가 내리면서 단박에 공기가 서늘해졌다.
도시의 곳곳이 침수되거나 넘실거리고, 난폭한 여름은 그렇게 떠나고 있다.
2024. 10. 3. 목. 쾌청, 비로소 가을로.
공휴일이라고 특별히 기쁠 이유가 없어진 지 오래인데도 여전히 빨간날은 마음이 한갓지다.
하늘이 열린 날, 조상님 덕택에 직장인들은 하루 쉬고 T.V. 는 종일 재방송을 하였다.
평소 거의 안 보던 육아 관찰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홀린 듯 본다.
거기 나오는 두 아기들이 너무 귀여워서다.
형 은우는 34개월 동생 정우는 16개월, 형이라 해도 저도 아기인데 나름 형이랍시고 꽤 의젓하다.
오모나...어쩜 저렇게 말을 잘해?
잔머리 굴리며 대화를 이어가는 능력이라든지 이쁘고 예의 바른 말이라든지 동생을 가르치는 어휘라든지 참 놀랍다.
그림의 (찹쌀)떡인 몽실몽실한 아기들을 보며 헤벌레 침 흘리는 나도 참 가관.....
2024. 10. 10. 목. 흐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도 모르게 뉴스 화면을 향해 박수를 쳤다.
어제가 한글날이어서 더 기쁜 소식이었다.
한편으로는, 번역으로 왜곡되고 포기되었을 한글의 섬세함을 떠올리니 안타깝기도 했다.
설령 노벨상을 영원히 받지 않는다 해도 전혀 서운하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독특한 한글이 아닌가.
그렇지만 우짜겠어, 준다면 또 받아야지 하핫!
2024. 11. 20. 수. 맑고
여름이 끝날 즈음, 가을에는 기꺼이 말(馬)이 되어 비(肥)를 이루겠노라 했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어느새 겨울의 냄새가 난다.
일찍 어두워지는 와중에 좋아하는 탄수화물 먹거리는 많고, 그리고 창밖의 바람소리.
저렇게 바람이 울부짖는데, 운동을 나갈 수 없어.
수북한 하루치 약봉지들을 보며 나는 마음을 참 쉽게도 접는다.
이런 식이면 가을에 이루지 못한 체중쯤이야 곧 달성하지 싶다.
봄이 되어 말 대신 토실토실한 곰이 은신처에서 엉금엉금 기어나가려나?
마늘 아닌 빵으로도 충분히 곰이 되긴 될 텐데.... 앗, 그건 바로 마늘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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