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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記

부스러記 33, 그건 아니라고 해 줘

by 愛야 2024. 5. 24.

 2024. 3. 25. 월. 비와 바람 

의료대란으로 전국이 난리다.

하필 이런 시기에 2개 科 진료가 예약되어 있는데, 병원으로부터 연기되었다는 안내가 없으니 예정대로 갔다.

지방대학병원이라 그런지, 뉴스가 과장되었는지, 의외로 병원은 멀쩡하고 한산했다.

공복으로 아침 일찍 가서 피를 뽑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어 시간 빈둥거렸다.

담당 의사는 피검사 수치가 다 좋으니 지금대로만 유지하라고 했다.

그런데 병원사정이 어찌 될지 모른다며 무려 6개월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오후에 만난 다른 科 의사 역시 6개월치를 주었다.

하루에 먹는 약이 많다 보니 6개월치는 어마어마하였다.

한 가마니의 약을 품고 비비람 뚫으며 집에 오니 무슨 대장정을 마친 기분이다.

그날 저녁 뉴스에 내가 간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직서를 냈다며 흰 가운을 벗어 쌓는 퍼포먼스 장면이 나왔다.

 

 2024. 4. 10. 수. 맑음

22대 국회의원 선거날이다.

유치하고 졸렬한 무능력 국회의원들을 어쩔 수 없이 또 뽑아야 함이 자존심 상한다.

그렇게 많은, 비싼 국회의원들이 이 작은 우리나라에 과연 필요한가 의문이다.

 

 2024. 4. 22. 월. 맑다가 흐림.

아파트 입구에서 한 번만 엎어져도 코 닿는 곳에 24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생겼다.

오픈 행사를 하길래 붕어싸만코 5개와 비비빅. 멜론바 섞어서 5개를 샀다.

그런데 매장이 너무 코딱지만 해서, 아이스크림 넣는 냉장고 전기요금이나 나올까, 걱정스러웠다.

젊은 사장은 애가 쓰여 무인점 이름이 무색하게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어떤 날은 바닥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기도 했다.

오픈 전 동네 수요를 조사했다고 하니 기다려 볼 일이다.

아들에게 집 앞에 아이스크림 할인점 생겼다고 자랑하였다.

 

 2024. 5. 2. 목. 맑음.

얼마 전 길을 걷는데 오른쪽 신발이 덜거덕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내려다보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오늘 또다시 그런 감각이 와서 몸을 좀 더 숙여 신발을 살폈다.

허걱,  신발 밑창이 딱 벌어져 있었다!

아니, 나는 이런 상태로 며칠을 걸어 다녔던 것이여?

마주 오던 사람이 봤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민망했을 것인가.

반쯤 열린 신발을 인지한 그 순간부터 나는 急조신하게 걸으며, 운동도 포기하고 집으로 왔다.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냈는데, 아들은 신발 사라며 돈을 보냈다.

엄마가 이리 궁핍하니 신발 사 달라는 뜻으로 들렸나 싶었다.

마침 어버이날도 머잖았고, 아들에게 옆구리 찌른 것처럼 되어 버렸다.

아들의 입장에서 보는 나는 뭐지?

오로지 부양대상이기만 한 걸까, 잠시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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