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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記

부스러記 30, 겨울준비

by 愛야 2023. 11. 28.

   2023. 10. 11. 수.

폐렴접종을 하였다, 잘 살아 보겠다고.

마침내까지는 모르겠고, 당장 지금 이 겨울 잘 살아보겠다고 접종을 하고, 뻐근한 팔을 조심조심 모시며 몸을 누인다.

 
  2023. 10. 16. 월

친구와 통화를 하고 나니 한숨이 나왔다.

안도와 걱정이 공존하는 한숨이다.

 

달랑 하나뿐인 친구와는 적어도 한 달에 두어 번은 전화를 하는 편인데, 한 달 넘도록 무소식은 드문 일이었다.

추석이 지나도 전화가 없어서 명절 뒤 많이 바쁜가 아니면 몸살이 났나 했다.

그랬는데, 추석 며칠 전에 친구의 남편이 쓰러져서 난리도 아닌 상황이었다.

겨우 수술 후 남편을 중환자실에 두고 친구는 제정신이 아니라 했다.

그럴 것이다.

무엇으로도 그녀를 위로하거나 거들어 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친구의 남편은 개인적인 경사까지 앞둔 시점이라 더 기가 막혔다.

일단 살았다니 안도는 되지만, 간병의 길고 긴 시간을 생각하면 걱정이 마음을 짓누른다.

친구는 성당에서 기도로 스스로를 버티고 있다 했다.

그녀에게 종교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친구의 기도를 성모님이 부디 이루어주시길 나도 빈다.
 
  2023. 10. 30. 월

작년 12월에 돌아가신 엄마의 생신이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오로지 죽은 날이 기준이 되니 생일은 의미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엄마의 生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하는데, 어쩌면 더 중요한 날이 아닐까.

엄마의 3남매 자식들은 다 노인이 되어 트라이앵글처럼 흩어져 사니, 돌아가신 후 첫 생일이라고 해서 모이지 않는다.

나 혼자 엄마 모신 곳에 갈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모든 일이 부질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미 세상에 없는 엄마, 생일이니 어버이날이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저 그리울 뿐이다.
 
  2023. 11. 21. 화

따뜻한 한낮에 동네 내과에 가서 코로나 추가백신을 2년 만에 접종했다.

이로써, 폐렴. 독감. 코로나. 백신 3종세트 完!

겨울준비 끝났다.


남편 간병에 묶인 친구와의 수다 타임이 없는 관계로 우리말을 거의 잊어버릴 지경이지만 뭐 어떠한가.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살아낼 때는 말없이 고요하게 지내기를 바랐다.

성격이 팔자를 만든다는 말이 정답이라면, 내가 만든 이 적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른 어둠이 내리는 겨울이 좋은 이유이다.

 

접종하고 오는 길에 잡은 붕어....우리 동네는 붕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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