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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記

부스러記 27, 새 밥은 새 김치에

by 愛야 2023. 4. 18.

  2023. 3. 7. 화

믿을 수 없게도 어느새 3월이다.

어제가 경칩이었으니, 개구리도 出世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날씨가 춥고 기복이 심하다.

동네 할무이들 말로는 올해 음력 2월에 윤달이 들어 그렇다고 하니, 윤 2월까지 다 끝나야 날이 따뜻할지.

어쨌거나, 블로그에 노루귀나 복수초 같은 봄 야생화들이 올라오는 것 보니, 곧 꽃으로 세상이 뒤덮이고 말겠지.

 

  2023. 3. 25. 토

이유 없이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우연히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4 재방송을 보았다.

서바이벌 프로를 잘 안 보는데, 지난 시즌도 보았기에 어 또 하네 싶은 마음에 본다.

역시 클래식은 영원했다.(어떤 곡에서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노래도 노래거니와, 하나같이 청년들이 우째 그리 멋지고 잘하는지, 감탄스럽다.

팀을 이루고, 곡을 선택하고, 연습하고, 서로 화음을 쌓아가는 과정들도 이쁘고 기특하다.

나에게 누구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심사 못한다고 막 화를 냈을 것이다.

카메라 마사지 탓인지, 인물들과 피부도 훠언했다.

 

문득, 꺼칠한 아들놈이 떠올라, 머하노 톡을 보내니 헬스장이란다.

이 화창한 봄날, 32세 solo 아들은 헬스 삼매경이다.

지난번 손목 수술로 헬스를 쉬어야 했을 때, 겨우 생긴 근육 빠지겠다며 탄식을 하더니 깁스 풀자마자 열심이다.

나는 여세를 몰아

"아덜, 흡연이 탈모를 유발한댜, 운동효과를 위해서라도 담배 끊어라."

"담배를 왜 끊누?"

"담배를 왜 안 끊누? 해로운 것 집합체인데? 너 머리카락 가늘어지고 빠진다 캤자너."

탈모로 협박했지만 아직 피부에 가 닿지 않는지 금연의 의사가 없다.

몸이 안 좋아져서 끊으면 이미 늦지 않니?

팬텀싱어 속 청년들도 엄마들에겐 속 터지는 아들일지 모른다고 위로를 삼아야겠다.

 

  2023. 4. 9. 일

김치가 똑 떨어진 지 며칠 되었지만 불편하지 않게 지냈다.

하지만 계속 그럴 수 있는 건 또 아니라, 어제 오후에 배추 작은 것 2포기를 사다 두었다.

아침에 배추를 쪼개어 절여놓고, 양념도 대강 만들어 냉장고 넣어두고, 커피 한 사발 마셨다.

쳇, 이러니 주부처럼 보이네.

내 입에 들어갈 김치라도 넣을 건 다 넣어야 김치라는 게 되니, 먹는 일이란 참 귀찮다.

 

늦은 오후에 얼렁뚱땅 버무려 김치통에 담고, 남은 쪽파도 아예 5센티로 썰어 파김치로 변신시켰다.

양념 묻은 그릇과 양념 튄 반경과 1회용 장갑 개수만 보면, 배추 최소 30포기와 서너 사람이 움직인 줄 알겠다.

굵은소금 알갱이는 왜 식탁 아래까지 굴러와 발바닥을 찌르는지 모르겠고, 애니웨이, 저녁밥은 새 김치와 먹었다.

사 먹지 않으니 그것만 해도 어디냐며 셀프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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