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5
새해의 해가 떠오르고 닷새가 지나면 내 생일이다.
올해는 엄마를 보내고 닷새가 된 날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즉, 오늘은 내 생일이다.
작년에는 부모님이 다 살아계셨고, 올해는 부모님이 (순식간에)다 안 계신다.
나의 창조신들, 하늘 어딘가에서 편히 계실 것이다.
평소처럼 아침은 커피로 배를 불리고, 저녁에는 육개장 사발면으로 뜨겁게 먹었다.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2023. 1. 20
아들에게 이번 설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아들이 얼마 전 다친 손목에 반깁스를 한 신세라 굳이 인파에 부대끼며 내려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외할머니(울엄마) 장례식 때도 붕대를 감고 와서 기가 찼었다.
장례식 치르고 올라간 다음날 바로 인대수술을 하였는데, 하필 오른손이라 생활의 불편이 많을 것이다.
뼈야 곧 붙겠지만 인대는 조금씩 움직이며 늘여야 할 텐데, 혼자 어떻게 지내는지 이 엄마는 내버려 둔다.
징징대지 않고 독립적인 아들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다만, 엄마에게도 너무 입이 무거워(!) 다친 사실조차 말 안 하는 게 문제일 뿐.
음식도 안 하고 혼자 뒹구르르 명절을 보낼 생각 하니 이 엄마는 벌써 행복하다.
2023. 2. 21
아침에 눈을 뜨니 약간의 두통과, 미열이 느껴져서 이불을 어깨까지 덮고 작은 전기패드를 등에 깔았다.
그때 알림이 띠링 온다.
아침 8시 30분인데 뭐여 이 이른 시간부터?
오올, 아들이 엄마의 용돈을 보냈잖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아들 월급날이다.
시간상 출근시간 전인데, 벌써 월급이 입금되었나 보다.
거 참 좋은 회사일쎄.
아들에게 고맙다는 톡을 보내고 일어나 앉았다.
어라, 두통도 미열도 안 느껴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그 금융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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