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6. 금
오랜만에 부평동 깡통시장에 갈 일이 생겼다.
샴푸와 돋보기가 목적인데, 굳이 거기까지 가는 이유는 오늘 하루치 운동으로 퉁치려는 속셈이다.
집 여기저기 널려있는 돋보기를 코에 자국이 덜 생기는 가벼운 재질로 통일하고, 돋수도 한 단계 올려야 한다.
얼마 전, K-총수들을 배경 삼아 어묵먹방을 펼친 대통령 덕에 관광객들이 와글거리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매스컴을 탄 그 어묵가게 앞에만 몇몇 둘러서 있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시장은 적당히 붐비고 적당히 한산했다.
깡통시장이나 국제시장에 갈 때는 마음에 '심드렁'을 장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물욕 많은 여자들에겐 자칫 개미지옥이 되기 십상이다.
돋보기를 먼저 사고 깡통시장 골목 세 개를 훑고 나니 쇼핑은 성공리에(!) 끝났다.
온 김에 고등어나 살까 해서 자갈치 쪽으로 내려갔다.
한참 가다가 깨달았다, 에구, 샴푸를 안 샀네!
사야 할 것 안 산 줄도 모르고, 예쁜 물건 보기를 돌 같이 했다며 스스로 기특해하다니....
다시 되돌아가기엔 기운이 없으니 포기하고, 길 건너서 자갈치로 갔다.
만원에 3마리, 샴푸 아닌 고등어 봉지를 안고 시내버스에 앉아 생각한다, 이것은 충동구매인가 아닌가.
2024. 2. 15. 화
설 연휴를 지나고 나니, 냉장고가 꽉 찼다.
제사는 없지만 아들에게 명절다운 밥을 먹여야 하니까 평소보다 음식을 여러 종류 하게 된다.
보통 내 냉장고는 헐렁하다 못해 썰렁한 편인데, 그래야 마음이 가벼웠다.
냉장고가 꽉 차 있으면 저걸 다 어찌 먹어내나, 몹시 부담스럽다.
아침에는 빵과 커피를 먹으니 저녁 한 끼로써 음식을 다 먹어내려면 시일이 제법 걸린다.
이번에는 아들이 들고 온 한라봉 한 박스도 남았다.
아무리 후숙과일이라지만, 한라봉은 내 입에 너~무 시다.
한 조각 떼어먹었다가 感電級 진저리가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관통, 한라봉은 쳐다만 봐도 시다.
한라봉 맛있게 먹는 법을 검색했더니, 바나나랑 같이 갈아먹으란다.
갈아먹는 거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어 두어 번 아침에 갈았다.
맛이야 바나나 덕에 부드럽고 먹기 편했으나, 그냥 후숙시키기로 하고 뒷베란다에 방치해 버렷!
2024. 3. 1. 금
믿을 수 없게도 2월이 가고, 3월이다.
날씨는 아직 많이 춥지만, 아무리 추운들 3월을 겨울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추운 봄'일 뿐이다.
그래, 지금쯤은 완연한 봄이어도 참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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