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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記 26, 변함 없지만 변한 2023. 1. 5새해의 해가 떠오르고 닷새가 지나면 내 생일이다.올해는 엄마를 보내고 닷새가 된 날이기도 하다.그러니까 즉, 오늘은 내 생일이다.작년에는 부모님이 다 살아계셨고, 올해는 부모님이 (순식간에)다 안 계신다.나의 창조신들, 하늘 어딘가에서 편히 계실 것이다.평소처럼 아침은 커피로 배를 불리고, 저녁에는 육개장 사발면으로 뜨겁게 먹었다.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2023. 1. 20아들에게 이번 설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아들이 얼마 전 다친 손목에 반깁스를 한 신세라 굳이 인파에 부대끼며 내려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외할머니(울엄마) 장례식 때도 붕대를 감고 와서 기가 찼었다.장례식 치르고 올라간 다음날 바로 인대수술을 하였는데, 하필 오른손이라 생활의 불편이 많을 것이다.뼈야 곧 붙겠.. 2023. 4. 18.
지나가는 길 동네 아파트 화단에 분홍 꽃나무 하나가 눈을 끌었다. 복숭아꽃도 아니고 살구꽃도 아니고 벚꽃은 더더욱 아니었다. 검색으로 기어코 알아낸 정체는 서부해당화. 수형이 품위가 있어 정원수로 적합하며 4-5월에 꽃이 핀다고 했다. 거기까지, 원산지가 어떠니 하는 백과사전식 깊은 지식은 필요없다. 꽃망울이 조롱조롱 많지만 지저분하지 않았다. 활짝 핀 송이를 제외하곤 대부분 아래를 향해 있어 얼굴 보기 힘들었다. 작은 바람에도 꽃망울들이 흔들리며 깨방정을 떤다. 달콤한 향내가 동네방네 퍼져서 끊임없이 벌들이 윙윙거린다. 사진 몇 방 누르는 그 순간에도 왕벌이 온몸을 던져 내 손등에 부딪히며 날아들었다. 나는 귀엽고 작은꽃이 좋다. 가만히 보고있으면 슬그머니 미소가 배어나오는. 2023. 3. 31.
투정 소문대로 봄은 거리에 이미 가득하였다.낡은 난간 틈으로 기를 쓰고 들이미는 치명적 노랑이 그것을 증명하였다.벚꽃도 환하게 피었거나 피고 있는 중이었다.  온 세상은 머잖아 꽃으로 덮일 듯한데, 베란다 내 꽃기린은 느리기만 하다.얼마 전 웃자란 줄기를 잘라 키를 낮춘 것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다.그나마 분홍꽃은 몇 송이 피었으나 빨간 꽃은 오래 침묵 중이다.잎도 새로 내놓지 않고 있다.하지만 너그러운 나는, 꽃기린이 죽지만 않는다면 곧 흙갈이를 해 줄 계획이다.그러면 저도 꽃을 피우지 않고 견딜 재간이 없을 터. 누군가의 호야는 해마다 귀여운 꽃을 조롱조롱 피운다는데 나는 여즉 호야꽃을 보지 못했다.화분을 가지기 시작한 이래 호야를 키우지 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민망할 따름이다.식물들은 늘 나에게 인색하다.. 2023. 3. 22.
만져지지 않는 것 이곳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요.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춥지 않은 건 아니에요. 겨울이니까요. 건조하고 사나운 바람이 하루종일 불 때면 추위가 가혹하게 느껴지곤 해요. 올겨울은 자주 비가 내려 더 을씨년스러웠어요. 폭신폭신한 눈 아닌 비가 오면 서운함에 말문을 닫습니다. 대신, 비가 어딘가에 부딪히는 파열음에 귀 기울입니다. 겨울이 다가올 기척이 나면 사람들은 숨을 궁리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따뜻하고 안전하게 은신할 것인지에 골몰해요. 창을 살피고, 문풍지를 달고, 김치와 밑반찬을 비축하고, 하룻밤만에 자라 버린 아이들 패딩을 체크하고, 통장잔고를 보며 한숨도 쉬지요. 빙판을 조심해서 외출을 삼가거나 만남을 미루기도 해요. 이번 주는 최강 추위래, 꼼짝 말고 집에 있어야겠어. 기다리던 겨울이 온다니 마음이.. 2023. 2. 23.
부스러記 25, 아직도 사랑하여 2022. 10. 18 화요일 엄마를 요양병원에 모신 이후, 병원 내 코로나 환자 발생으로 3개월 만에 처음 면회를 했다. 언니는 하필 오늘이 수십 년 전 돌아가신 형부 기일이라 그 준비로 빠졌다. 썰렁한 면회실로 휠체어를 타고 나온 엄마는 그동안 가족을 잊은 듯했다. 휠체어 아래 무릎을 꿇고 잠깐 마스크를 내리며, 엄마 막내 왔어요, 소리치니 그제야 시선을 맞춘다. 내가 누군지 알아보는 순간 엄마의 첫마디, 집.에. 가.자. 말문이 턱 막혔다. 안타깝게도 엄마는 곁에 있는 덩치 큰 남자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지 못하였다. 누구라고 여러 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뿐인 아들을 남 보듯 건성 시선을 지나쳤다. 집에 가고 싶게만 만들 뿐 낯설고 피곤한 면회가 엄마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혹시 우리 마음 편하.. 2022. 12. 24.
반항하는 노인 근처 체육공원으로 밤 운동 가는 길이었다. 골목길을 환히 비추는 가로등을 흘깃 올려보다가, 처음 보는 표지판을 발견하였다. 정확하게는 처음 보았다는 것일 뿐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높게 달려있기도 하였지만 운전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관심 표지판이 아니니까 말이다. 표지판이 새것처럼 깔끔한 걸로 봐서 설치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음 직했다. 그것은, 노인보호구역(Silver Zone) 표시였다. 이 동네가 낡아 재개발까지 추진 중이니 당연히 노인들도 많겠지만 그렇다고 보호구역까지? 나는 노인보호구역이란 표시판에 잠시 멍해졌다, 더구나 그 표시판 아래를 지나가는 머리 흰 나로선. 쳇, 누가 노인을 보호한다고, 이 좁은 일방통행 골목길에서 노인이 걸리적댄다면 그냥 밀고 가버리지 않겠어? 이런 시니컬한.. 2022. 11. 30.
겨울 콜링 ※ 혹시 "이 동영상은 볼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유튜브 화면에 뜨면, 컴퓨터 왼쪽위에서 새로고침 하거나 ← (이전 페이지)을 클릭했다가 다시 돌아오면 로딩되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아마 로딩을 위한 준비체조가 필요한 듯. 내 마음에는 겨울 콜링으로 들린다. 도입에서 오 달링을 높은 톤으로 일단 외치고 보는 연역적 가사. 찌질하지만 간절한 가사와 가수의 음색은 더할 수 없이 잘 맞아떨어진다. 어떻게 이 노래를 귀여운 봄, 다이내믹 여름, 알록달록 가을에 부를 것인가. 외롭고 삭막해서 추억밖에 꺼낼 게 없는 겨울이 딱이지. 그런데, 어느 날 그 가수를 T.V에서 본 나는 뜨악!!! 했다. 군더더기 없고 순정한 목소리를 먼저 들은 탓일까, 가수는 예상 못했던 oily한 모습이었다.(죄송함다) 외모가.. 2022. 10. 27.
아버지, 가을입니다 아버지.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쌀쌀합니다.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여름으로부터 우리 모두 흘렀습니다. 엄마는 잘 지내십니다. 아버지는 당신 아니면 큰일날 듯 엄마를 유리잔처럼 보살폈지만, 정작 엄마는 새 환경에 적응을 잘 하십니다. 저희 자식들 중 어느 한 명도 엄마를 계속 집에서 모시지 못 해 마음 아프고 송구할 뿐이지요. 지난 30년 동안 가장 적임자였던 저도 이제는 건강이 여의치 않음을 용서해 주세요. 그저께 10월 10일은 49재 날이라 길상사에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자주 다니시던 등산로 초입의 그 길상사 맞습니다. 49재를 올리는 대웅전 앞뜰은 오후 햇살 반짝이는 가을이었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시라는 독경이 카랑카랑한데, 그렇지요, 아버지 안 계시건만 세상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세.. 2022. 10. 12.
문 닫기 daum은 블로그 페이지를 열 때마다 등을 떠밉니다. 이전... 참 생각만으로도 힘에 부칩니다. 아마 이 글이 daum 블로그에서의 마지막 포스팅이 되겠군요. 여름이 늘 힘든 사람입니다. 올여름도 예외는 아니어서, 참으로 많은 일을 지나고 나니 몸져 눕지도 않았건만 몸이 눈치를 채네요. 대상포진이 슬며시 재발을 했어요. 딱 2년 전 앓았는데 말이지요. 의사 말로는 100명 중 1명 정도 재발을 한다는데, 제가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사람입니다, 흠흠.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9월 30일 마지노선이 며칠 안 남았네요. 블로그 친구들이 거의 떠나셨는지 새 글도 올라오지 않는군요. 저는 티스토리로 간 친구들 글을 읽을 수는 읽지만 아직 댓글 달 자격이 없으니 소통이 안 됩니다. 조금 쓸쓸해요. 휑한 철거동네에 혼.. 2022.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