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위에서
겨울은 탄수화물의 계절이다. 특히 이번 겨울은 더했다. 치과치료를 받느라 부드럽고 편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겨울이니 상온이라도 차가운 과일이나 채소들은 내 치아를 더 힘들게 했다. 그렇다고 치아 시린 것을 피하기 위해 샐러드나 과일을 따끈하게 데워 먹을 순 없었다. 귤도 입에 물고 체온으로 잠시 데운 후 조심조심 씹곤 했다. 반면, 맛있는 탄수화물 폭탄은 겨울과 특히 어울렸다. 떡국, 만둣국, 떡만둣국, 칼국수, 김치국밥, 군고구마, 호박죽, 그리고 라.면. 도대체 TV에서는 왜 그토록 라면을 끓여대는지, 라면회사와 모종의 결탁이 있을 거라는 음모설을 조심스레 제기해 본다. 급기야 조인성까지 대게라면을 끓이고, 불행한 연인들도 툭하면 노랑냄비에 라면을 끓이며 불행을 소꿉장난으로 승화시켰다. 화면..
2021.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