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3. 목요일
제법 춥다.
최근에 사라진 듯하던 수능 추위가 올해는 찾아왔나 보다.
올해 수능 보는 아이들이 2002년 월드컵 출생이라고 한다.
왠지 모르지만, 더 미안하고 안쓰러워진다.
찬란한 기운에 좋은 일 있을 건가 싶어 세상에 나온 아이들을 이렇게 고생시켜서.
2020. 12. 5. 토요일
늦은 오후가 되면 작은 화분 네 개를 거실로 들여놓는다.
베란다에는 꽃기린 큰 화분 혼자 쓸쓸하다.
밤을 거실에서 지내고 아침 햇살이 퍼지면 작은 화분들을 다시 베란다로 내놓는다.
햇살이 들어오면 오전 내내 베란다가 마치 온실처럼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밤새 혼자 있던 큰 화분 곁에 작은 화분들을 나란히 놓으면 그때야 옹기종기 이뻐 보인다.
자, 반상회 타임이닷!
2020. 12. 8. 화요일
얼마 전부터 계속 이가 시렸다.
찬 것은 엄두도 못 내고, 겨울이라 상온의 물과 음식도 시렸다.
양칫물도 따뜻하게 사용하며, 우야든동 가라앉기를 바라고 버텼지만 소용없었다.
다 아시다시피, 치과는 정말 가기 싫은 곳 아닌가.
멀리 있냐고?
큰길 건너서 열댓 번쯤 엎어지면 코가 닿는다.
빨갛게 염증이 생겼다며 3일 치 약을 처방해 준다.
다음 주 경과를 보고 스케일링하잔다.
코로나 좀 진정되고 하면... 안될까요?
의사는 마스크 너머 반달눈으로 웃으며 안된다고 했다.
의사도 환자가 두렵고, 환자도 밀착치료하는 의료인이 두려운 이 시대.
시린 내 치아의 미래는 더 두렵다.
2020. 12. 16. 수요일
3일 치 염증약으론 시림과 통증이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어제 스케일링을 했다.
아픈 어금니 부분은 간호사가 기구를 대기만 해도 내가 비명 질러 살살, 아랫니 부분은 제대로 했다.
의사가 정기적 치료시기인 지난 여름에 왜 안 왔냐며, 다음 주 잇몸치료 시작하겠다고 예고한다.
재작년 deep치료하며 얼반 죽다 살아난 기억이 생생한데, 굳이 이 시국에 오고 싶었겠냐고 내가 말했다.
다행히 엑스레이상 재작년보다 상태가 좋으니 이번엔 어금니 부분만 해도 되겠다고 했다.
으... 그래도 싫다, 증말.
그건 그렇고, 몇 해 전 멀쩡한 전기히터를 버렸는데 그게 아쉽다.
작동은 잘 되었지만 갓난이 아들 목욕시키며 썼던 거라 너무 오래되었다는 이유였다.
전기요나 히터 등 전기난방기구를 겁내서 안 쓰고 쳐박아두다가 이사하며 다 버렸었다.
그런데 이 집은 위풍이 세다.
혼자 보일러 틀기 죄책감 들 때 딱인디..... 그걸 예상 못했네.
2020. 12. 21. 월요일
마우스 우클릭이 너무 안 되어 스트레스 받다가 전자랜드에서 하나 사왔다.
럭키박스라서 상자 안에 쿠폰이 있을 수도 있다고 판매총각이 말했다.
쳇, 불량품 잘 뽑는 내가 무슨 수로 럭키쿠폰...?
집에 와서 보니 과연 꽝이다.
새 마우스를 연결하고 컴퓨터를 부팅하니 도무지 화면이 안 뜬다.
p.c. 본체 파워와 모니터에 불은 다 들어오는데 윈도우가 안 떴다.
요즘 종종 이런 증상이 생긴다.
p.c를 오래 꺼두어 그런가?
부품이 낡아 접촉이 안되어 그런가?
구부리고 들여다 보며 온갖 선을 뽑았다 꽂기에 지쳐 본체를 벽쪽으로 에잇, 바짝 밀쳐버렸다.
헐, 그랬더니 그제야 모니터에 창문이 나타나며 바람개비가 돈다.
그래서 이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껐다가 다음에 또 부팅시키기 힘들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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