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 7월 15일, 블로그라는 것을 만들었다.
나는 블로그에 관심이 없었음은 물론 사이버 세상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이 심했었다.
어느 날 메일을 확인하러 daum에 들어왔는데 유난히 "내 블로그 만들기"라는 유인 문구가 보였다.
막 블로그가 융성하려던 즈음이라 홍보배너가 곳곳에서 반짝거렸다.
마침 메인에 강원도 동강에 대한 글이 올랐는데, 처음으로 블로그 글을 찬찬히 읽게 되었다.
그리고 글의 높은 수준에 진심으로 감탄하였다.
세상에, 블로그에도 이런 글이!!
사이버가 다 음흉하고 사건.사고의 발생지만은 아닌가벼.
그리하야 조심스레 "내 블로그 만들기"를 눌렀다.
그때, 10년이 예사로 흘러갈 줄 왜 몰랐던가.
동강의 글을 쓰셨던 로드필로 '수색의 월츠'님은 악양으로 가셔서 집을 짓고 계신다.
블로그 생리나 설정도 잘 몰랐다.
메일처럼 나만 보고 쓰고 기록해 두는 일기장 정도인 줄 알았다.
기본 셋팅 그대로 시작해서 몇 편 기록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일기를 맨날맨날 쓰지는 않으니까.
한참 지나 내 블로그에 들어가 보고 놀라 자빠졌다.
누군가가 내 일기를 보고 댓글까지 달았지 않나!
으아아아, 우째 이런 일이...머릿속이 하얘졌다.
어질러진 방을 들킨 기분이랄까.
공개된 글은 글자 그대로 아무나 방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공개타입을 설정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냥 기본으로 두었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닉넴을 있어보이게 짓는 건데... 촌빨 날리는 愛야가 머꼬.
모르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란 참으로 어색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그 대화들이 10년을 지나오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라.
쓸데없는 일상에 대해, 피는 꽃에 대해, 술 한 잔에 대해 나 혼자 묵묵히 글을 썼다면
벽과 마주한 듯 얼마나 지루하고 숨이 막혔을 것인가.
몇 달 가지 않아 나는 블로그를 접었을 것이 분명하다.
블로그를 버틴 9할은 위대한 수다의 힘!!
정말이지 나도 내가 이렇게 질긴 줄 몰랐다.
다만 어디쯤 어느 곳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할지, 고민은 그것이다.
일단 음악부터 골라 아무 제목 붙여 등록해 두고 자러 갔는데, 비공개를 안 누질러 공개되어 있었네요.
이젠 놀랍지도 않어.
한술 더 떠, 텅 빈 포스팅에 댓글 단 나으 이웃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