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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혹은 기록

제법 질긴 나

by 愛야 2015. 7. 15.

 

 

 

10년 전 오늘 7월 15일, 블로그라는 것을 만들었다.

나는 블로그에 관심이 없었음은 물론 사이버 세상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이 심했었다.

어느 날 메일을 확인하러 daum에 들어왔는데 유난히 "내 블로그 만들기"라는 유인 문구가 보였다.

막 블로그가 융성하려던 즈음이라 홍보배너가 곳곳에서 반짝거렸다.

 

마침 메인에 강원도 동강에 대한 글이 올랐는데, 처음으로 블로그 글을 찬찬히 읽게 되었다. 

그리고 글의 높은 수준에 진심으로 감탄하였다.

세상에, 블로그에도 이런 글이!!

사이버가 다 음흉하고 사건.사고의 발생지만은 아닌가벼.

그리하야 조심스레 "내 블로그 만들기"를 눌렀다.

그때, 10년이 예사로 흘러갈 줄 왜 몰랐던가.

동강의 글을 쓰셨던 로드필로 '수색의 월츠'님은 악양으로 가셔서 집을 짓고 계신다.

 

블로그 생리나 설정도 잘 몰랐다.

메일처럼 나만 보고 쓰고 기록해 두는 일기장 정도인 줄 알았다.

기본 셋팅 그대로 시작해서 몇 편 기록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일기를 맨날맨날 쓰지는 않으니까.

 

한참 지나 내 블로그에 들어가 보고 놀라 자빠졌다.

누군가가 내 일기를 보고 댓글까지 달았지 않나!

으아아아, 우째 이런 일이...머릿속이 하얘졌다.

어질러진 방을 들킨 기분이랄까.

공개된 글은 글자 그대로 아무나 방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공개타입을 설정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냥 기본으로 두었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닉넴을 있어보이게 짓는 건데... 촌빨 날리는 愛야가 머꼬.

 

모르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란 참으로 어색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그 대화들이 10년을 지나오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라.

쓸데없는 일상에 대해, 피는 꽃에 대해, 술 한 잔에 대해 나 혼자 묵묵히 글을 썼다면

벽과 마주한 듯 얼마나 지루하고 숨이 막혔을 것인가. 

몇 달 가지 않아 나는 블로그를 접었을 것이 분명하다.

블로그를 버틴 9할은 위대한 수다의 힘!!

 

정말이지 나도 내가 이렇게 질긴 줄 몰랐다.

다만 어디쯤 어느 곳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할지, 고민은 그것이다.

  

 

일단 음악부터 골라 아무 제목 붙여 등록해 두고 자러 갔는데, 비공개를 안 누질러 공개되어 있었네요.

이젠 놀랍지도 않어. 

한술 더 떠, 텅 빈 포스팅에 댓글 단 나으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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