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들의 옷이 부쳐오다.
오후에 집을 나설 때 관리실 아저씨가 소포 와 있다고 말했지만, 받아서 집에 올려다 둘 시간이 없었다.
보관을 부탁하고 바삐 나갔다.
퇴근 때 나는 빈 손으로 그냥 올라갔다.
이 나이에 까묵는 거, 당연한 일 아닌가.
저녁을 먹다가 그제야 아차, 소포!! 했다.
일단 먹던 밥 마저 드시고 나가 찾아 왔다.
뜯었다.
보물도 아니고 10억 돈상자는 더더욱 아닌, 이 땅의 수많은 엄마들을 울린다는 바로 그 입대 옷소포!
맹세컨대 눈물 안 났다.
just 빨랫감으로만 보였다.
더구나 맨 위에 딱 놓여있는 라이터를 보는 순간 히익 웃기까지 해버렸다.
아들이 눈물을 사랑의 척도로 삼는다면 얼마나 배반감 탱천할 것인가.
만약 눈물이 나온다면 참지 않고 가차없이 대성통곡할 결심까지 했었는데, 쩝.
이 계모는 바로 옷 분류하여 지금 세탁기 맹렬히 돌리고 있다.
동봉된 아들의 편지를 본다.
참 글씨 꼬라쥬하고는......
헉, 보고 싶다고 했다!
엄마도 지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지는 엄마 생각 많이 난다고 하였다.
입대한 지 이틀 지났는데 제대 이야기하며 동기들과 웃는다고 하였다.
그 편지 쓸 때는 훈련소로 이동하기 전 대기상태라 기숙사 있을 때와 별 차이 없다고도 하였다.
지금쯤은 무자비하게 차이 느낄 것이다.
갇힌 생활이 아들을 말랑하게 만들었다.
두고 온 존재들(집, 밥, 집밥, 친구, 바다, 술, 심지어 도심의 매연, 그리고 엄마....)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이 보였다.
놀랍게도 <보고 싶다>는 단어를 녀석도 알고 있었다.
2. 이제 봄이야?
갑자기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
겨울이 그게 다였어?
눈 한번 오고, 혹독하게 얼마간 춥고, 추운 거리에서 잠시 고독했고, 그게 겨울의 끝이었어?
이제 다시 추워도 그건 꽃샘추위일 뿐이란 거야?
3. 두 번째 편지.
아들에게서 훈련소 주소의 편지가 왔다.
입소했던 보충대에서 훈련소로 이동한 후 보낸 것이다.
중대장의 인사편지도 동봉되었다.
아들은 그럭저럭 적응을 하는 듯했다.
3생활관 대표에 자원해서 경쟁자들을 가위바위보로 용감히 물리치고 대표가 되었단다.
이유는 빨리 전화를 쓰고 싶어서라니, 사심 가득한 군바리 같으니.
아직은 ㅋㅋ.ㅎㅎ 등의 암호가 많다.
곧 ㅠㅠ가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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