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뽑아 들고 라커에 백 원, 카트에 백 원 투입하고 마트로 들어갔다. 약속시간까지 어중간한 공백이 생겨 땜질하려는 참이었다. 어느 코너에 잠시 머물렀는데, 자신의 친구와 신나게 쇼핑하던 웬 아줌마 한 사람이 세워 둔 내 카트를 막 밀면서 간다. 어어, 그거 제 구루만데요. 오머오머, 호호호, 나는 내 건 줄 알고...미안합니데이. 아니, 저도 잘 그래요, 호호호. 물건 꽉 담은 자신의 것과 텅 빈 남의 것 구별할 겨를도 없이 일단 밀고 보는 대한민국 겡상도 아지매, 지나 내나.
탈환한 카트에 팔을 걸치고 다시 어슬렁 전진, 어느 매장 입구에 잠시 주차시킨다. 빈 종이컵은 나중에 쓰레기통 넣으려고 카트 구석에 잘 실어두었다. 그러니까 카트에 실린 물건은 찌그러진 빈 종이컵이 다였다.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니 내 카트가 또 사라졌다. 건들려 밀려 갔나? 반경 2-3미터 둘러보아도 주인 없는 외로운 카트는 없었다. 혹 종이컵이 담긴 카트를 밀고 가는 사람이 있나 찌릿 눈여겨 보아도 없었다. 하긴 그새 십 리는 갔겠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아까 그 아줌마가 보였지만 이번에 혐의가 없어 보인다.
아니, 대체 빈 종이컵 실린 내 카트를 왜 이리들 탐내는 거야. 이 마트엔 전부 정신 없는 사람만 오는 기야? 다시 카트를 가지러 가려니 지갑에는 동전도 없었다. 백 원을 얻기 위해 만 원을 교환하려면 머나 먼 안내데스크까지 나가야 했다. 동전 들어있는 빈 카트를 슬쩍 밀고 가 버린 얌체족을 위해 노약자인 내가 종을 울려야 하나 말이다.
아, 오늘 나에게 카트를 허락하지 않는 이건 신의 계시야. 그렇지 않고서야 겨우 찾은 카트를 또 사라지게 하실 리가 없어. 급 충동구매 의욕상실, 나는 빈 손으로 털레털레 마트를 나와 버렸다. 그 쎄고 쎈 카트를 확보하지 못해 물건을 못 사다니, 그리하야 그 분의 뜻대로 적어도 몇 만원을 굳힐 수 있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러 갔다는 사실을 아신 족집게 그 분!! )
하지만 지금도 분한 내 백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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