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ㅡ나태주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침 9시.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나는 치과로 간다.
몇 시간 동안 마시지 못할 것에 대비해 미리 마신 것이다.
지난번 예약을 몸살로 취소한 뒤 재예약을 하지 않았기에 내 순서가 없다.
기다리셔야 합니다. 네, 기다릴게요.
머리를 벽에 기댄다.
기다림의 자세다.
기다리는 것쯤은 쉽다.
오른편 위 어금니를 뽑는다.
4년 전 뽑았던 왼편 어금니의 반대편이다.
병변은 균형 있게 대칭점으로 왔다.
두 번의 마취 후 어금니가 뽑혀 나와 금속 트레이에 버려졌다.
본다.
구실을 마감한 어금니는 뿌리까지 뽑혀 드러누웠다.
숨어 있던, 숨어 있어서 아팠던 병든 뿌리, 가엾다.
나는 4년 전처럼 의사에게 말한다.
뽑은 이를 저에게 주세요.
치과의사는 잠시 웃고 선선히 준다.
대학병원 여의사는 줄 수 없다고 거절했었다.
나는 소중히 싸서 가방에 넣는다.
몸 조각 하나씩을 버릴 때마다 나는 점점 튼튼해진다.
Out of Body, Out of Mind.
거즈를 꽉 물고 계세요, 잇몸이 약해 피가 많이 났어요.
나는 무서워 입을 움직이지 못한다.
입을 열면 피가 펑펑 솟을 것 같다.
거즈를 굳게 물고 나는 윤정희의 늙은 연기를 보러 영화관으로 간다.
아까 잰 혈압은 90에 65였다.
립스틱 바르지 못한 마른 얼굴은 환자처럼 보인다.
개의치 않기로 한다.
영화 <시(poetry> 첫 상영을 본다.
우스운 장면이 있어도 입 벌려 웃을 수 없고, 슬픈 장면이 있어도 엉엉 울지 못할 것이다.
나는 방금 어금니를 뽑았으므로.
나는 거즈를 물고 있어야 하므로.
나는 지혈 중이다.
어쩌면 나는 365일 지혈 중이다.
비린 피 냄새만 나지 않는다면 이 거즈는 재갈과 흡사하다.
다시 거즈의 위치를 잘 잡아 굳게 문다.
나는 그대여, 너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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