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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고객님 고객님

by 愛야 2011. 1. 28.

 

 

드디어 전자레인지를 고쳤다. 조리시작 버튼이 잘 작동되지 않은 지 오래였다. 신경질 나서 버튼 열 번 파파박 누르면 한 번쯤 윙 돌았다. 고쳐야지 하면서도 그때뿐이었다.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리니까.

 

아침에 접수했더니 낮 12시에 바로 왔다. 빨라 좋다. 회로판에 이상이 있어 보이는데 어쩌고저쩌고 한다. ( 글씨...... 이십 몇 년 차 주부가 보기엔, 단지 오래 써 온 결과로 버튼의 접촉수명이 다해 그런 것 같은디... ) 어쩼든 한번 고쳐볼게요라고 말한 젊은 기사는 내가 컴터에서 검색 하나 해서 다 읽기도 전에 아, 되었습니다 한다. 원래 전자레인지라는 게 간단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오븐레인지도 아니고 가장 단순한 모델이니 말이다. 버튼 누르자 윙 시원하게 돌아간다. 반갑다.

 

기사가 출장비 만 원과 기술비 만 원을 청구한다. 출장비는 알겠는데 기술비는 뭐예요 했더니 따로 받는 거란다. 속으로, 기사 출장이란 기술도 제공한다는 의미이지 그냥 앉았다 가려고 했나? 뭔 기술비를 따로 받는담 싶었다. 도무지 요령부득의 기사말을 요약하자면, P.C 수리처럼 큰 부품교체를 하였으면 출장비+ 부품비인데 부품교체 없이 수리하면 기술비를 받는다ㅡ였다. 부품이 안 들면 출장비만 받아야지 부품 안 든다고 다른 청구를 한단 말인가.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다. 눈 가리고 아웅 당한 기분이었다. 여태 수 차례의 전자제품 A/S를 받았지만 이런 청구는 처음이였다.

 

낯선 기술비의 정체에 대해 물었을 뿐 별다른 태클은 안 했다. 즉, 돈을 안 주기 위해 따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기사는 규정대로 했을 테고 또 어린 청년이라 나는 그러냐하고 지불했다만, 내 표정은 의아하고 떨떠름하였다. 기사의 일목요연한 설명도 부족헸고 나의 깐깐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가정을 방문해서 돈을 청구할 때는 알아들을 수 있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솜씨도 참으로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웃는 얼굴 친절한 인사말과 함께 기사는 내 집에서 떠났다. 무조건 안녕하세요 고객님, 네에~ 저희 @@전자를 애용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고장이 나서 불편하셨죠~~ 등등의 알맹이 없이 입에 발린 멘트보다, 고객 질문에 대해 정확하고 전문적인 답변이나 잘 해 줬으면 좋겠다.

 

나는 좀 성질 드러운 고객인지 모른다. 얼마 전, 아들의 휴대폰 요금이 두 달분 한꺼번에 빠져 나갔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이 녀석이 웬 전화를 이리 많이 썼어? 하며 청구서를 그제야 살펴보니 지난달 것과 이달 것이 같이 청구되어 빠져 나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달 것이 결제되지 않았었다는 말인데, 이상했다. 잔액이 절대로 없지 않은 계좌인데 왜 통신사에서 지난달에 안 빼 갔냐 말이다. 그러면서 연체료를 부과시켜 청구한 건 또 무슨 염치없는 짓인가.

 

나, 통신사에 전화하였다. 잔액 충분한데 머땜시 너희가 안 빼 가 놓고 나에게 연체료를 물리느냐. 상담원 아가씨는 무조건 고개만 조아리는 멘트다. 아, 답답하다, 죄송하다는 말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는 결제수단 변경 요청을 한 적도 없고 잔액 충분한데 왜 요금이 안 빠졌는지 그 이유를 말해 달라, 그리고 연체료 단돈 일 원도 물리지 마라, 고객돈을 우습게 아냐. 상담원은 그저 다음 달에 연체료를 돌려 드리겠다고 했다. 이야기의 요점을 모르는 상담원이 정말 답답해서 나는 결국 언성을 벌컥 높이고 말았었다. 

 

고객이 문제가 있어 전화를 하면 그저 사과하고 네네 그 순간을 쓸어넘기려고만 한다. 아, 그건 진정한 對 고객업무가 아니다. 상냥한 인사말도 물론 필요하고 고운 말이 주먹을 면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점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 사후 뒤처리 등을 정확히 전달받고자 고객은 전화한 것이지 어느 전자회사 통신사가 더 친절한가를 느끼려고 전화통 오래 붙든 게 아니란 말이다. 넨장, 친절도 조사는 또 뭐란 말이고.

 

전자레인지 수리 기술비의 아리송함에 대해 내일 전자회사에 물을까 하니 친구가 아 고마 됐다, 한다. 내가 너무 까칠한 아줌마인가 순간 반성이 될라꼬 했다. 밧뜨, 요런 꼬치꼬치 따짐성 고객도 있다는 것을 보여야 발전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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