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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잡담하는 오후

by 愛야 2011. 10. 25.

 
1.

고구마 구우려고 의욕을 불태우다 냄비 가장자리에 왼손목 안쪽이 쩍 들러붙었다.

당장 냄비두께만큼의 넓이로 길게 부풀었다.

고작 고구마 하나 먹으려다 살까지 태우다닛.

어찌나 분한지, 남겨두었던 고구마를 몽땅 다 씻어 토막 내 냄비에 넣었다.

충분히 일주일 동안은 먹게 생겼다.

 

2.

나 외엔 아무도 없는 우리 집인데 왜 나는 화장실 들어가서 문을 야무지게 닫을까.

반대로, 자기집도 아닌 마트나 휴게소 화장실에서 문을 반쯤 열어두고 볼일 보는 대범한 사람은 또 왜일까.

열려 있으니 당연히 빈칸인 줄 알고 들어가려면 안에서 화를 벌컥 내어 알게 된다는.

졸지에 죄송합니다 해야 하는 억울한 예의.

나, 이럴 때 꼭 그 사람 들리게 한 마디 궁시렁거려 준다.

아, 왜 문을 안 닫고 볼일을 봐....

 

3.

표고버섯 팩이 노화와 주름에 탁월하다고 친구가 알려준다.

친구 보기에 내 꼴이 표고버섯 팩을 절실히 부르는 듯하였나 보다.

작년에 말려둔 표고가 냉장고에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나는 피부에 양보 안 할 거다, 먹고야 말 거다.

의지는 좋다만 도대체 언제?

그건 모르지, 하지만 요리하는 그 언젠가는.

표고버섯 들어가는 요리... 언제 뭐 하지?

 

4.

내 열 손톱엔 다 세로로 줄이 있다.

표면을 긁어보면 매끈하지 않고 도들도들하다.

내 기억 안에서는 늘 이랬다.

총체적 부실증세인가?

유전인가?

아니면 손톱도 쫌 튀어보려고?

 

5.

아, 열무 사러 가야 한다.

엊그제, 열무김치 양념을 개어 숙성되라고 잠시 내비둔 후 그제야 열무 사러 집 근처 시장에 갔다.

에그머니.

일요일이라 문 닫은 채소가게가 많고 장사하는 두어 집엔 열무 없단다.

열무도 사지 않고 일단 양념부터 만드는, 나 이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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