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국화 전시회가 열렸다.
난데없는 코뿔소 같은 모형을 촘촘히 국화로 도배한다거나
그 코뿔소가 밤엔 조명으로 시시각각 변한다거나
초가지붕 위 플라스틱 호박과 초승달이라거나
올해도 변함없는 조잡함.
초심을 잃지 않는 초지일관이라니.
비가 내렸다.
가뭄이 심하니 비가 반갑다.
국화들은 비에 쓰러지지 않고 잘 견딘다.
과연 강단 있고 튼실한 꽃이다.
와중에도 주말이라 관람객들은
하트 구멍 안으로 얼굴 디밀고 V 하며 웃는다.
가만 보니
늙수그레 피플이 대부분이다.
이 비 오는 휴일
따스한 집을 젊은것들에게 내어주고
우산 들고 자발적으로 쫓겨났을까.
벤치가 젖어 앉아 쉴 곳이 없으니 길이 붐빈다.
화분들과 시화 패넬과 관람객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빠르게 걷기에만 집중하는 이들은
하핫, 운동 중인 동네 사람이다.
나처럼.
국화의 품종, 네임택,
그딴 것은 본 적도 없고 아무도 모른다.
국화 전시회라면서
무얼 전시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국제시장에서 산 국화차,
그 속에서 향기가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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