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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혼잣말

by 愛야 2016. 3. 1.

나는 죽은 것 같다.

춥다.

움직인 것에 비하여 과하게 고단하다.

이부자리 구석에 몸을 처박고 정지화면으로 고요히 버틴다.

세수쯤 이틀에 한 번 하기 예사다.

그저께는 아침에 먹은 그릇을 한밤중에 가만가만 설거지했다.

망상을 할지언정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배도 안 고파야 옳은데, 치사하 배는 고프다.

하지만 찌개나 국이나 전골이나 나물처럼 손이 많이 가는 것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간단한 것을 자주 찾으니 밀가루 음식이 는다.

빵, 칼국수, 우동, 심지어 1년 가도 안 먹던 라면까지 산다.

얼마 전 선전에 혹해 ㅇ짬뽕을 한 팩 샀다.

한 봉지를 끓여 먹는 첫 입에 욕이 나왔다.

이게 짬뽕 맛이냐, 이맛도 저 맛도 아니자너, 어디서 허풍 광고질이야!!

나머지 4봉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밀가루를 끊어야 해, 언제나 식품진열대 앞에서 집었다 말았망설인다. 

콧속을 닦으면 오른쪽에서 코피가 조금 묻혀 나오곤 한다.

신기한 경험이다.

평생 단 한 번도 코피를 흘리거나 입술에 물집이 잡힌 적 없다.

직장인일 때는 코피와 물집으로써 내 수고를 널리 알리고 싶었지만 끝까지 불발이었다.

이제야 그 소망을 이루려나. 

다행히 몸은 아프지 않다.

두통도, 감기도, 어지럽지도, 사물이 두 개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몸보다 마음이 문제라는 것이겠다. 

나는 명실공히 1마일族이 된 것일까.

홀로 물속에 들어앉은 듯하다.

수면 밖은 3월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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