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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동냥

붕어빵 별곡

by 愛야 2017. 12. 28.

 

그녀는 억척스러웠다.

일이 호흡처럼 몸에 배어 저절로 일을 향해 손이 나아갔다.

아파트나 병원 청소며 공공 일자리, 공장일 등 몸으로 하는 일은 다 했다.

얼굴과 손은 햇볕에 타서 늘 새까맸다.

남편도 노동으로 평생을 보냈다.

쇳물을 취급하는 기술이 있어 일당도 잘 받는 편이라 했다.

하지만 늘 일감이 있지는 않아 더운 여름철이면 몇 달씩 놀았다.

그럴 때면 놀면서 잔소리만 하는 영감이 미워서 죽겠다고 했다.

 

그녀는 목청이 유난히 컸다.

경상도 토박이라 곱게 말할 줄 모르고 성질껏 내질렀다.

어느날 그녀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내 왼쪽 귀에는 달팽이관이 없어요, 그래도 잘 들려요.

잘 들린다곤 하지만 남의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할 때가 있었다.

본인은 작게 말한다고 해도 주변 모든 사람에게 다 들리곤 했다.

그녀의 유난히 큰 목청이 이해되었다.

 

집 나간 딸이 유일한 자식이었다.

25살 닭띠라 했다.

딸은 8년 전 어린 나이에 부른 배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낳고 갔단다.

그녀는 맡겨진 손자를 애지중지 길렀다.

손자에게 높임말을 쓰며 좋은 가정교육의 흉내를 내려고 했다.

아이들한테 어른이 본을 보여야 해요,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아이에게 높임말을 쓰는 것이 다가 아닐 텐데 그녀로선 뾰족한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녀의 확고한 교육신념 앞에 전직 선생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손자는 그녀가 가진 유일한 행복처럼 보였다.

손자 이야기 할 때는 눈이 가늘어지고 웃음이 감추어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의 손자가 언제까지나 할머니의 귀여운 강아지이길 진심으로 바랬다.

 

그녀는 겨울이면 붕어빵을 팔았다.

겨울철에는 노동할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놀 수는 없고, 성실함은 충만하였다.

그녀는 붕어빵 굽는 기술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팥을 가득 넣어요, 다른 사람들은 몸통에만 넣는데 그리 하면 맛이 음써.

그리고 몇 번씩 돌려가며 굽어야 바삭바삭해, 다 내 붕어빵이 맛있다네.

아, 그 조그만 붕어 몸뚱이에 그런 기술이 들어가는구나.

그녀의 붕어빵이 인기가 많은 건 사실이었다.

 

그날 내가 그녀의 붕어빵 수레에 갔을 때도 이미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우야겠노. 먼저 5천 원어치 주문한 사람이 있어서, 많이 기다려야 하는데.

내 앞의 사람은 그 말에 기다리지 않고 떠났다.

경쟁자가 줄어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나는 기다리겠노라 하였다.

노랑 주전자를 기울여 반죽을 붓고, 빵틀을 빙빙 돌리는 사이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순식간에 했다.

내가 가까운 붕어빵집을 두고 늘 그녀에게 간다는 사실을 아는 것일까.

 

사랑하는 붕어 3마리를 품고 돌아오는 길, 바람이 찼다.

하지만 천막 안까지 들이치는 겨울 바람 속에 서서 종일 빵을 굽는 그녀가 나보다 행복한 건 분명하였다.

베어 문 그녀의 붕어빵은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풍성한 팥과 바사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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