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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낙과

by 愛야 2008. 6. 15.

 

 

 

 

 

 

 

 

친정집 화단에 매화나무 딱 한 그루 있지. 키 작은 나무에 매실 보송보송 열렸데. 나뭇잎 속속들이 기특하게 열렸데. 아부지 약도 치지 않으셨건만 적막한 집, 벌레마저 꾀지 않았지. 지난 봄, 너는 꽃이었던 게지.

 

매실 언제 따시려나. 나 가버리고 난 후 따시려나. 마침 운 좋게  매실 딴 바구니 마루에 놓였더라면 한 움큼 집어오려 했더니, 내 욕심 아마 눈치채신 것 같네.

 

 

 

 

떨어진 열매 흙빛에 선연하네. 이윽고 썩겠네. 부패는 달콤하지, 눈치빠른 개미 벌써 줄을 지어. 나무에 매달려 햇빛과 수액으로  여물어 갈 뻔했지. 다 하지 못한 초록으로 톡 내려앉으니 한낱 개미 입소문거리네. 다시 흙이 되겠네.

 

근원에서 멀어지는 것, 쓸쓸한 일이지. 혹 자유처럼 위장되기도 해. 참 이상하네. 사람은 나이들어 돌아가려 하건만 나는 왜 변방으로 달아나려 하는지. 난 이렇게 변명하네. 나무를 봐. 뿌리에서 멀어질수록 하늘 가까이 다가가지. 햇빛도 더 쬐잖아. 바람도 더 느끼잖아. 물론 쓸쓸함 여전하지만.

 

초여름 매실을 담가 볼까. 근데 누가 언제 다 먹어? 배탈이 자주 나 주려나. 이젠 매실차 지겨워. 언젠가부터 집집마다 매실차야. 난 건강음료 싫어. 내가 절대 안 먹는 거 박카스 드링크. 그럼 안 건강음료는? 뭐, 매실주?  에잇, 달콤한 술은 더욱 싫어... 술은 원래 쓴 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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