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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詩

황지우 뼈아픈 후회

by 愛야 2007. 11. 23.

 

 

               뼈 아픈 후회

 

                                          -황지우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 할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 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 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알을 넣어 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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