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비 온다.
안개비다.
봄 같다.
# 점심.
병원 대기실 옆자리 할매 끙 몸을 일으킨다.
벗은 점퍼, 가방, 우산을 한팔에 모두어 거머쥐었다.
두어 발자국 가더니 되돌아온다.
자기 앉았던 자리 두리번거리며 뭘 찾는다.
빠뜨린 아무 것도 없건만 아쉬운 표정이다.
돌아서며 문득 중얼거린다.
내 우산을 어디 두었노....
내가 시큰둥하게 가르켜 준다.
거기 들고 계시네요.
하이고, 내 정신, 하하.
전화 통화하면서 교통카드 찍기 위해 전화 찾던 나보다 낫다.
# 밤
하루 종일 우왕좌왕하였다.
효율적이지 못한 동선은 시간만 축내었다.
그 와중에 세 끼니를 다 먹었다.
드문 일이다.
먹고 살기 위해 나다니면서 정작 먹는 일에 가장 등한하다는 아이러니.
<먹고사는 일>과 <먹는 일>는 엄연히 다르니까.
둘 다, 해도해도 끝없는 숙제다.
# 다시 아침.
노란색, 아주 노오란색 꽃 한다발 사고 싶어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