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대상포진에 걸린 지 두 달이 넘었다. 감기도 심하고 덜 심한 사람 있듯이, 언니는 다른 사람보다 심하게 앓았다. 워낙 스트레스가 많고 무리를 밥 먹듯이 하는 언니이기에 그동안 밀린 병변이 이때다 싶어 다 들고 일어나 가중시킨 듯했다. 처음에는 몸살이라고 동네 내과에 며칠 다니다가 수포가 등에 올라 와서야 대상포진이란 것을 알았다. ㅅ 대학병원장인 오빠 절친 ㅎ 박사에게 급히 자문과 도움을 구해서 인근 지방대학병원의 의료진에게 달려갔다.
늘 그렇듯 의사는 모든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후유증까지 미리 말했다. 이웃 누군가는 경망스럽게 자신의 시아버지도 대상포진을 10년 동안 앓다가 결국 그 병으로 죽었다고 걱정했다. 걱정되어 그 말을 했겠지만 듣는 환자는 죽는다는 말보다 10년에 모골이 송연했다. 언니는 아, 내가 지금 죽으면 될까? 아직 애 둘 짝도 안 지웠는데..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언니는 머리털 나고 그토록 아파 본 적이 없었다. 통증이 무시무시했고 독한 약에 몸이 늘어졌다. 약을 먹고 나면 이 세상과 단절되어 죽음처럼 나가떨어졌다. 옆 사람이 뺨을 치고 흔들고 깨워도 몰랐다. 혀의 감각도 없는 듯 맛을 모르고 먹지도 못했다. 치과의사인 언니의 아들내미가 약을 보더니 마약 수준의 진통제가 있다고 했다. 그런 약을 허약한 언니는 견디지 못하고 약만 먹으면 약기운 떨어질 때까지 죽어 있는 것이었다. 조그마한 준할매가 완전 초주검이 되었다. 아버지께서,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걸리고 싶지 않았던 병 대상포진에 하필 네 언니가 당첨되었다 하셨다.
와중에 언니는 불길한 꿈을 계속 꾸었다. 평소에, 깨어서도 기억되는 꿈을 잘 안 꾸는데다가, 꾸었다 해도 의미 없는 개꿈인 점은 언니나 나나 같았다. 그런데 얼반 죽어 있던 그 깊은 잠 속에서 평소에도 안 꾸던 선명하고 예사롭지 않은 꿈을 연속으로 꾸었다.
꿈1....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집에 와 계시는데 어딜 가야 하는 분위기였다. 할머니가 계속 김밥을 싸고 언니에게 재촉을 하는데 가기 싫어 뭉그적대다 깼다.
꿈2.... 방문 밖에서 누가 찾기에 나가니, 문이 반쯤만 열리고 세탁소처럼 비닐커버 씌운 옷을 누군가가 건네주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받아들고 보니 치렁치렁하게 긴 검은 외투였다. 몸에 대어 보며 이걸 우찌 입나 하다가 깼다.
꿈3... 이십 년도 더 전에 돌아가신 이모부가 오셔서 ( 참 엉뚱하기도 ) 언니와 질녀 조카 다 가야 한다고 했다. 질녀는 안 갈란다 하고 조카도 친구랑 어디 가야 한다고 휙 나가고 언니만 남아 당황하다 깼다.
주변인들은 몸이 아프니 그런 꿈 꾸는 것이라고 위로하였다. 하지만 죽을 만큼 아픈 환자로서는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경 쓸 일이 지천인 사람이라 그 아픈 중에도 입원을 안 하고 통원치료를 하였다. 급한 불을 끈 후, 대학병원 약이 너무 언니에게 독하고, 다니기 힘들기도 해서 처음 갔던 개인 피부과로 다시 옮겨 치료받았다.
그러구러 두어 달 지나자 이제 겨우 추스르는 듯하였다. 그렇지만 꿈은 그대로 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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