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아들과 내가 대기실처럼 어수선한 곳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아이에게 농담으로 건성 물었다.
"야, 그럼 그 누나하고 사귀기라도 하냐?"
".....응."
"머시라?"
"사귄다고."
"잠깐 저기 조용한 데 가서 야기하자."
아들과 나는 일어나 어떤 카페에 들어섰는데, 그곳에는 검은 양복의 행님들이 앉아 있었다. 앞서 가는 아들을 부르더니 야야 저 가서 신문 좀 가꼬 온나 이런다. 그 순간에 아이보다 한 발 뒤에 가던 내가 행님 앞에 도달하게 되어 그 말을 들었다. 내 눈에서 레이저가 나갔다. 머? 아저씨가 왜 우리 아덜에게 심부름을 시키노? 이렇게 막 시비가 붙어 험악한 사태가 시작되려는 찰라 잠에서 깼다. 후유유 살았다. 얌마 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에미 앞에서 지 새끼 건들면 에미가 우찌 돌아삐는지 참하게 보여줄 낀데....
아이에게 안 좋은 일 있나 싶어 문자로 자초지종을 말하니 아이는 ㅋㅋㅋㅋㅋㅋ으로 가득한 답을 보냈다. 나는 이상한 누님 사귀몬 직이삔다고 못을 박았다. 알고보니, 그 무렵 실제로 아들이 여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헉, 나으 놀라운 초능력.
한 달 전 집에 다녀갈 때만 해도 여자친구는 고사하고 관심 두고 있는 여자애도 없다더니 고단새 생겼다고? 집에 다녀가고 이틀 후 생겼다니 내 꿈이 어지간히 맞춘 것이다. 아들은 엄마의 꿈 이야기에 속으로 놀랐단다. 그 말에 나도 놀라서 설마 엄마 꿈처럼 누나니? 하였다. 아들은 아니, 한 살 어린 3학년이야 한다. 좋으냐 하니 망설임 없이 응 한다. 드디어 아들에게도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이다. 곰곰 생각하니 이넘이 겨울방학 과외알바를 적극 찾으려 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래, 등 떠밀지 않아도 달콤한 고통의 길로 나아가는구나, 듬직하고 매너있는 남자친구가 되어라, 차이지 않게.
#2
아들처럼 달달한 두근거림이면 이 나이에 땡큐겠다. 그러나 단지 물리적 두근거림이니 겁나 께름칙하다.
맥박이 과하게 뛰어 이유를 찾는 중이다. 보통 사람은 60~70 정도 뛰더구만 나는 100, 110도 거뜬히 넘긴 지 일 년도 넘었다. 이래 가지고서야 심장이 노동에 시달려 살겠나. 힘들어 못 해 먹겠어 두 손 들고 항복하는 순간 나는 한 방에 가는 거다. 의사는 일단 먹던 약을 끊고 귀추를 보면서 검사를 처방한다. 검사가 많이 밀려 한 달 후로 예약을 잡았다. 적은 용량이었지만 먹던 약을 중단하고 나니 은근히 불안해서 더 스트레스다. 약물 부작용이래도 걱정이고 아니래도 걱정이다. 그야말로 딜레마.
두근두근도 정도가 있지 따블로 뛸 건 뭐냐고, 맥박수 상승할 가슴 벅찬 일이 있어야 말이지,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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