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부산에서는 APEC이 진행중이다.
그들이 모여 회의해서 과연 우리에게 뭐가 도움되고 나아가 아시아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별 알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나아지는 게 없으니 관심가지는 나만 억울할까봐서 그런다.
APEC이 결성된 국제정치적인 배경이라든지, 미국이 끼어든 의도라든지 그런 것은 어차피 우리로선 깊이 알 수도 없다.
또 깊이 안들 뭐가 달라질 것인가.
이미 결성된 것은 어떤 모양새로든지 굴러가게 되어 있으니 내가 하지 말랜다고 들을 국제 사회가 아니다.
다만, 막대한 경비와 행사의 번잡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엄청난 경제효과가 무언지 실감하고 싶은 가난한 시민일 뿐이다.
의례적인 정상들의 사교모임으로 전락하지 말라고 언론이 경고를 주긴 하였다.
또 농민들의 결사반대도 일어나는 것을 보니, 없어서는 안되는 꼭 필요한 모임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우르르쾅쾅 하면서 시끄러워 죽겠는 發光이 벌써 한 시간을 넘어 가고 있다.
18일 있을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축하쇼로서 사상최대의 불꽃축제가 바로 옆동네 광안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80000발을 쏜다나 어쩐다나.
나이아가라폭포를 본 떠 광안대교상판에서 아래 바다를 향하여 불꽃을 쏟아지게 연출한다니, 뉴스의 표현대로 참 장관일 터였다.
부시에게 잘 보일 일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고, 그렇다면 참여국 각국의 명물을 다 불꽃쇼로써 표현해 줘야 형평에 맞을 것이다.
하지만 형평을 맞추기엔 예산이 부족한 듯하였다.
하긴 일개 지방 소도시( 이만하면 충분히 소도시다)에서 아시아 정상들을 모시기가 쉬운가.
서울민국에서는 별 관심도 가져주지 않아 지원금도 넉넉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없는 예산에 이미 예정된 국제행사를 치르자니 부산시는 똥줄이 빠지게 힘들었을 것이다.
수많은 부산 백성들이 이 추운날에도 불구하고, 티끌같이 모은 세금으로 쏘아 올려져 한 줌 재로 사라지는 불꽃의 운명을 보러 몰려 들었다.
저녁 8시 30분부터인데, 오후 5시경부터 서서히 수영, 광안리, 남천동 일대가 뻑뻑해져 가더니 차가 밀려 오도 가도 못하는 지경이었다.
온 도로에는 전경들이 깔려 교통을 통제하고 소지품을 뒤져본다.
약속되어 있던 사람들이 불꽃축제 보러 간다며 약속을 연기시키는 통에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잠시 고민하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아들, 너도 불꽃쇼를 원하냐, 그렇다면 같이 가 줄까 할려고.
전화를 열 번쯤 하니 받는다.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아들은 친구들과 학원까지 빼먹고 해변으로 가야겠다고 말한다.
가라 하였다.
매일 오는 사상최대의 불꽃쇼도 아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그런 곳에 가면 밟혀 죽던지 얼어 죽던지 둘 둥에 하나다, 하고 말은 해 줬다.
나는 추워 옹송그린 구차스런 모습으로 집으로 와서 버섯볶음과 밥을 먹었다.
엄마와 갈 생각은 꿈도 안꾸고 친구들과 덜렁 먼저 약속해 버린 녀석을 괘씸해 할려다가 그만 두었다.
당연하다.
엄마와 갈 생각한다면 그게 덜떨어진 15살이다.
사진 저 많은 인파 속에 내 아들이 있을거다.
* 웃기는 말; 차 밀려 20분쯤 꼼짝 못하던 버스기사 아재ㅡ"야아, 부시 진짜 눈부시게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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