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소로 걷는다.
대학교 앞의 정류소에는 방자한 걸음과 바쁜 달음박질이 무성하다.
돈뭉치를 주운 횡재의 기억도 없는데 대체로 나는 땅을 보고 걷는 편이다.
그러니까 짧은 키를 더 줄여보겠다는, 주제를 모르는 걸음걸이다.
한 발 디딜려는 어느 순간, 보도블럭을 걷고 있는 무당벌레를 보았다.
이 발걸음들 속에서 무슨 똥배짱으로 사람 행세하며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날개가 어디 아프냐고 물었지만 대꾸 없이 꼼지락 꼼지락 걸어만 간다.
건방시런 넘 같으니, 보도블럭에 쭈그리고 앉아 카메라를 접사시킨다.
내 머리 위로 장대같은 청년들이 울타리처럼 지나가든지 말든지.
찰칵.
눈 깜짝할 순간, 접었던 반달 날개를 쫙 펴서 날개짓 몇 번 하더니 메렁 날아간다.
그 재빠름이 어찌나 번개 같던지 내 시선이 따라잡지 못했다.
천둥만큼 울렸을 셔터소리에 놀랐음을 짐작 못 할 바 아니지만 허 참, 로또복권처럼 허망하다.
저리 작은 날개로 순식간에 천 리를 가다니, 조 작은 날개의 위력이라니...
연달아 눌린 두 번째 화면엔 빈 보도블럭만 증거로 남아 있었다.
그럴 거면서, 그리 미련없이 날아갈 거면서 목숨을 걸고 땅을 왜 걸었던가.
웬 친절한 아지매의 카메라에 캐스팅 되고 싶은 스타지망생으로 추측할 수 밖에 없다.
Ladybug ladybug fly away home....노래처럼 저거 집으로 간 것 같진 않다.
배은망덕한 너를 용서한 건 잠시 즐거웠기 때문이다.
카메라 때문에 니가 짓밟힘에서 살았다는 거.
그 먼저 너를 발견한 천사 비슷한 여자가 땅을 보고 걸었다는 거.
또 그 먼저 그 여자는 운전을 못하므로 버스를 타야 했다는 거.
또 그 먼저, 그 먼저, 그리 될 수 밖에 없는 일이 너무나 많아 왔다는 거.
그것을 알고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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