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서 연산홍 화분을 얻었다.
분재며 화분을 즐기는 그 집 베란다에는 겨울에 매화도 곱게 피어 있었다.
앙증맞게 핀 홍매화 송이를 보고 감탄하였더니 며칠 후 꽃화분을 하나 주겠다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남편이 키우는 것들이라 아내는 사실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제때 물을 줬느냐, 깨뜨리면 안 된다, 꽃송이 떨어질라 빨래 조심해서 널어라 등 화분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아 화분 근처에는 가기 싫다면서 웃었다.
내가 꽃을 이뻐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였더니 이 연산홍 화분을 드리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은 도중에 일이 있어 화분을 들고 다닐 수 없었기에 며칠 후 가져갈께요, 잘 키우고 있어 주세요 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남편분이, 가져가기 싫으신가? 하고 의구심을 품으신 모양이었다.
나는 아니라고, 그 날은 일 때문에 그랬다고 말했다.
어제 퇴근길에 유예해 둔 화분을 가져 왔다.
내가 잘 가져갈 수 있게 미리 꾸려 두셨는데 얼마나 꽃나무를 아끼는지 포장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작은 상자 속에 화분을 앉히고 사각 귀퉁이엔 얇운 스티로폼을 채워 넣고 다시 유동성 있는 액체 냉각제 봉지를 쿠션으로 받쳐 두었다.
연산홍은 그리 귀한 나무는 아니다.
하지만 나무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것의 희귀성을 염두에 두는 게 아니라, 오직 나무이기 때문에 사랑하고 아끼는 듯했다.
본질에 대한 사랑이다.
화분을 잘 못 키우는 나는 사실 겁이 난다.
홍매화 앞에서 감탄을 좀 하였기로 이리 쉽게 애지중지 키우던 꽃나무 하나를 주실 줄 몰랐었다.
작년 여름, 역시 그 집에서 아주 작은 분재를 하나 주셨는데 이틀 물 안 주었다고 시들어 죽어 버렸었다.
나는 죽였다고 아직 고백도 하지 못했다.
지난 번처럼 섬세하고 여린 화분이 아니고 크고 튼실해 보이는 연산홍이다.
길가 화단에서도 잘 자라니 생명력도 강하리라고 안도해 본다.
들여다 보니 꽃망울이 잔뜩 매달려 있다.
저 꽃들이 활짝 벌어지면 우리집 베란다도 色스러워 질 것이다.
다섯 개의 화분 중 꽃이 피어나는 것은 저 연산홍 뿐이니 우습게도 가슴이 조금 설렌다.
봄이 짙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내 생애 처음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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