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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여전한 매직쇼

by 愛야 2008. 12. 12.

 

아침 일기예보에선 비 오다가 오후에 그친다 했다.

비 그친 후 다시 기온이 내려갈 거라고 했다.

예보에 맞춰 두꺼운 외투에 속에는 빨간 앙고라 쉐터를 입고 나갔다.

젠장, 하루 종일 하늘은 얌전했으며 기온은 높았고

준비성 많은 덕택에 나는 버스 안에서 더워 죽는 줄 알았다.

 

일은 일찍 끝났으나 지금은 겨울, 거리는 진작부터 어둡다.

돌아오는 버스차창 너머 흘러가는 거리를 본다.

네온, 눈물겹게 반짝이는 꼬마전구들, 몸을 서로 붙인 채 걸어가는 사람들, 적당히 피로한 지금은 저녁 7시.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

 

친절한 보들레르

"지금은 취할 시간. 당신이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쉬지 않고 취하라. 술로, 시로, 도덕으로, 당신의 취향에 따라." 라고 했.

나는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수퍼에 들러 장을 보았다.

 

적막한 집의 불을 켰다, 사 온 물건을 정리하였다, 옷을 갈아 입었다, T.V.를 틀었다, 보일러를 올렸다, 1시간쯤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세수를 했다, 화장대에 앉았다, 그런데 뜬금없는 이건 또 무엇?

 

 

 

 

허거덕, 대체 저 초록병이 왜 로션과 자외선 차단제와 나란히 서 있는지.

이유는 몰라도 웃기는 시츄에이션, 일단 혼자서 1분쯤 웃었다.

텅 빈 집에 내 웃음소리가 공공 울렸다.

 

아까 사온 물품 중 가장 소중한 것이라 화장대에 얌전히 모셨을까?

화장대를 냉장고로 착각하고 나름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걸까?

시간의 학대로부터 구출되기 위해 품에 안고 다니다가 무심결에 내려 놓았나?

 

기억도 안 나는 그 과정이야 어쨌든 저 초록병이 화장품 시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이다.

뚜두둑 마개 따서 손바닥으로 파악 입자 흩날리며 발라 버릴지도 모른다.

흐음, 오늘은 그대의 스킨 향이 유난히 강렬한걸....이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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