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건빵에 꽂혔다. 별 맛 없는 보리건빵이다. 건빵 중에서도 볶음건빵이나 들척지근한 것은 싫다. 그냥 그대로의 밋밋한 것이 좋다. 살짝 목 메이는 뻑뻑함은 연한 블랙커피와 더불어 향기롭게 해소된다. 값도 당연히 싸다. 100그램짜리 세 봉지 묶어 1000원, 비싼 것은(!) 540그램 2000원이다. 건빵이 떨어지면 득달같이 사다 놓는다. 아무래도 중독 같다. 좀체 중독이 안되는 심드렁한 영혼의 소유자가 하필 건빵에 중독될 줄이야.

건빵 뿐만 아니라 음식도 가미된 것이 점점 싫어진다. 조미료는 애초에 사용해 본 적이 없고, 커피도 설탕 크림 다 사양, 소스는 연한 간장 식초 마늘소스, 호박잎과 양배추 쪄서 먹고, 생오이와 양상치와 조선상치와 양파와 과일로 배를 불린다. 두부도 물에 데쳐 생으로, 그나마 고구마가 점도 높은 축에 든다. 나는 초식녀가 되는 중이다.
튀김이나 라면, 육류 혹은 걸쭉한 짙은 맛의 음식이 자꾸 멀어지는 중인데, 그러다 보니 설탕 꿀 고추장 같은 양념 소비가 준다. 아이가 저녁 늦게 온다는 이유도 한몫하지만 주부의 입맛이 이러니 요리랍시고 지지고 조리고 볶을 일이 없다. 이러다가 겨우 몇 가지 알고 있는 요리법과 미감을 잃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내가 먹는 식습관이 좋은지 안 좋은지 모르겠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텐데. 다만 나중에 며느리가 들어와서 뭐뭐 하는 법 가르쳐 주세요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리하여 어느날, 나를 가련히 여긴 솜씨좋은 분이 멀리서 김치를 보내왔다, 밥 좀 잘 해 묵고 살라는 따뜻한 마음도 함께 담겨왔다. 저게 다 from 텃밭의 무공해 김치다. 복 받으실겨.
모처럼 김치의 동반자 하얀 쌀밥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내 손으로 해 먹기 싫어 입맛을 핑계 삼았나?
남이 해 준 김치에 밥은 잘도 넘어가누만...momo 님 덕분에 오랜만에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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