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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번엔 개 구경

by 愛야 2010. 11. 11.

 

   # 병원

체중을 늘리세요.

지난 봄 의사의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지냈다.

되도록 땀 흘리는 운동은 하지 않고 살살 움직이거나

아니면 먹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북북서로 55센티 정도만 이동한 후 그대로 살포시 드러누워 30분이라도 졸았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자 과연 체중은 뽀시락뽀시락 거의 5키로그램이 늘었다.

게으름이 비법이었다.

볼때기 패인 부분이 조금 메워지고 주름살 한 가닥이라도 펴졌을 것이다.

중요한 건 유지다. 

보기 좋아질 만하면 생기는 구실, 이를 테면 몸살 감기 급체 위통 설사 등등으로 홀랑 원위치 되지 않도록.

며칠 전 의사가 다시 말했다.

체중이 늘었군요, 조금만 늘리세요.

에고 이젠 안 뎌요, 체중만 늘었지 컨디션, 기운은 더 엄써요. (마음 속: 옷 새로 사야할 판이라 안 뎌....)

그래요? 그럼 오늘은 검사를...

4대롱의 피를 뽑아주고 왔다.

돈도 십만 원이나 내고 왔다.

 

 

   # 지하철

오후 세 시의 지하철.

누군가의 휴대폰이 용감하게 울린다.

honey honey~~  baby baby ~~

애가 타는구만 애가 타, 폰 주인 누구냐 얼릉 좀 받아주지. 

허걱, 내 앞에 서 계시는 빠글이 빠마의 할머니가 휴대폰을 꺼내 든다.

오, 베이베!

 

  

# 저녁 거리

 

 

 

 

번화한 길의 가로수 아래 사람들이 빙 둘러서 있다.

나도 한다리 걸치고 보니 개가 누워 있다.

자발스런 여자애가 옴마야, 죽었나? 하자 친절한 머스마가 개를 툭 건드린다.

老犬은 죽지 않았다, 단지 잠들었을 뿐이다.

개는 고개를 한 번 들더니 중인 환시리에 다시 디뷔잔다.

앞 가게의 개인가 본데 모포 하나 깔고 그대로 시멘트다.

뭐, 털옷 입었으니 춥지는 않겠다.

개 앞다리 사이에 낑겨있는 보라색 뭉치가 뭐냐고?

인형이다.

주인이 웃길라꼬 일부러 안겨줬는지 모르지만 같은 털북숭이의 앞가슴에 코를 박고 있어야 하는 곰돌이.

뭔 기구한 사연인지 몰라도 저리 큰 개는 집에서 재우면 좋겠다.

 

 

 

 

 

 

      fant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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