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검다. 창백한 수은등이 주변 어둠을 더 강조한다. 수목공원은 늘 조용하다. 나무들은 흐르지 않고, 지저귀지 않고, 달아나지 않고, 다가오지 않는다. 가끔 흔들릴 뿐이다. 나무는 가장 과묵한 식물이다. 공원을 걷는다. 걷는다. 걷는다. 세 바퀴째 돌면서야 비로소 이 공원 안에 나 혼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공원은 거짓말처럼 터엉 비었다. 평소엔 밤 늦도록, 여름엔 자정까지도 걷는 사람들이 많은 곳인데 하하 그 사람들이 모두 기독교 신자였단 말인가.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지내느라 다 따뜻한 교회에 모여 있는지도 모른다. 우습게도 혼자뿐인 공원이 무섭진 않았다. 올려다 본 하늘은 깜깜하다. 허공도 얼었다. 공원 면적의 우주를 나 혼자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무지 무엇이 내것일까. 내것은 결국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내것은 없다라고 걸음을 디디며 중얼거린다. 나의 마음도 너의 마음도 다 내것이 아니리. 혼자 하는 운동은 견딜 수 없이 쓸쓸하다. 스쳐가는 뚱뚱한 아줌마나 파워워킹하는 총각이라도 있어야 나도 휩쓸려 흘러간다. 혼자서는 지루하다. 바라보이는 찬란한 교회, 그 아래는 노래방 간판, 돼지국밥집 간판.... 그만 멈출까? 집으로 돌아온다. 문을 열자, 수많은 내것들이 나를 빤히 본다. ♣ 머꼬, 이 쌍팔년대풍 전주는... 참아주고 들으면 쪼매 개안심더. <바람이 불면 그대에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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