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 오는 거리에는 사람들이 비처럼 흘러다녔다.
떠나거나 돌아가는 중일 게다.
#2.
잠 깨서 잠들기까지 빗소리만 들린다.
축나는 것은 커피다.
세 번째 커피잔을 들고, 거부하는 위장의 신경세포를 느낀다.
하지만 지금 마시고 싶은 건 술이 아니라 커피.
#3.
텔레비젼 홈쇼핑에서 덩치 큰 요리연구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스테이크를 빚고 있다.
그녀의 에이프론 몸판은 큰 가슴을 수용하지 못한다.
그녀를 볼 때마다 숨이 가빠오는 이유는 큰 가슴이 아니라 말 속도 때문이다.
그녀의 문장에는 쉼표나 마침표가 없다.
그녀는 왜 쫓기고 있을까.
맛있어 죽겠다고 먹어 보이는 그녀의 연기 앞에 내 식욕은 아무 호응이 없다.
내 침샘은 그녀의 먹는 모습에 오히려 뒷걸음질을 친다.
나는 그녀의 속사포 말에만 신경이 쓰인다.
그녀의 스테이크는 이미 내 냉동고에 13봉지 잠자고 있다.
아들이 집을 떠난 후 변함없는 숫자다.
#4.
사이사이 Bonnie Tyler나 임재범이나 부드러운 Everly brothers가 끼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종일 비만 들린다.
내 삶이 이리 평화로워도 되는 걸까.
누구에게나 소설이 있다.
여기쯤이 내 소설의 마지막 장일까.
마지막 장이어야 한다.
아니라면 나는 무슨 힘으로 다시 일어서 종착에 이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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