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느끼는 사실이지만, 환자용 아닌 일반 엘리베이터 공간은 인색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입원실 아닌 진료용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환자인데 말이다..
하지만 휠체어나 이동침대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공간은 몇 명만 타면 끝이다.
오래된 시설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맨 마지막으로 내가 탔을 때 하필이면 삐 소리가 났다.
뒤이어, 마지막으로 탄 사람은 내려주십사는 친절한 안내 멘트까지 흘러나왔다.
나는 뒷걸음으로 내렸다.
한참을 기다려 다음 엘리베이터에 일착으로 들어간 나는 자연 맨 안쪽에 서게 되었다.
2층에서 문이 열리고 한 퉁퉁한 중년 여자가 탔다.
"내 코 어떻습니까?"
2층에서 탄 바로 그 여자가 나를 보고 물었다.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물론 모르는 여자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 문을 향해 돌아서지 안쪽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서서 콧김을 교환하진 않는다.
그런데 그녀는 맨 안쪽까지 굳이 다가와 나와 딱 마주서서 물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코를!
나는 그녀의 질문에 어리둥절해서 선뜻 답을 하지 못하다가,
"코, 뭐요?"
얼결에 대꾸하여 버렸다.
여자는 분명 나와 눈을 맞추고 있었으니까.
"코 모양요."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곁의 할머니까지 아무렇지 않다고 거들었다.
그녀의 코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코로, 보통 크기 보통 모양이었다.
"31년 전에 코를 했는데 무당이 코를 빼라 하네요! 의사는..."
여기까지 듣자 엘리베이터 안 모든 사람은 그녀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코는 성형의 흔적은 물론 뺄 콧대도 없었다.
여자가 속사포처럼 말을 시작하는데, 마침 내가 내려야 하는 층에 땡 소리와 함께 당도했다.
내가 내리기 위해 몸을 문 쪽으로 이동하는 순간, 여자가 내 팔을 움켜잡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야지 왜 내리느냐는 제스추어였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여자의 손을 탁 뜯어내었다.
문 닫히기 전에 내려야 했으니까.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자의 반복되는 이야기가 뒤통수로 들렸다.
정신과 병동은 아니었다.
치과와 내과와 검사실 등이 있는 건물이다.
그녀는 자신의 코를 물어보기 위해 배회하던 중인지 모른다.
성형했을 리가 결코 없어 뵈는 코였다.
입성도 평범하고 인상도 평범한 그녀는 어쩌다가 자신의 코를 묻고 다니게 되었을까.
그녀는 31년 동안 끊임없이 코를 성형하고 싶었을까?
그래서 '코를 했다'고 기정사실로 하였을까?
아니면, 31년 전의 코와 지금의 코가 달라보이는가?
하기는 나는 내 눈을 모른다.
내리깔고 치뜨는 눈의 동작과, 그로 인한 인상을 모른다.
나는 내 입매를 모른다.
내려온 입꼬리가 얼마만큼 고집스러워 보이는지 모른다.
나는 내 코를 모른다.
넣은 콧대가 없으니 뺄 콧대도 없는 작고 낮은 코, 그것들이 조합되어 이루어내는 씰룩거림이나 분위기는 모른다.
내 코 어떻습니까 하던 그녀는 어쩌면 미친 게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자신이 모르는 자신의 코가 궁금했을 뿐.
내 팔을 움켜잡던 그녀의 손을 너무 야멸차게 뜯어내었나 미안해지려고 한다.
언뜻언뜻 비치는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내가 아닌 지 오래되었다.
나도 나로부터 멀어지는 일만 남았다.
이거야 원, 코를 묻던 그녀가 점점 이해되니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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