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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2월

by 愛야 2016. 2. 22.

 

 

#1

잠깐씩 춥기는 해도 시절은 이미 봄이다.

혹시 얼어 죽고 싶은 목련이라도 폈나 싶어 며칠 공원을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나는 놀라운 사실을 새삼 발견했다.

목련 나무도 수피가 제법 희다는 사실이었다.

목련 나무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로 회백색이거나 연회색을 띠고 있었다. 

자작만큼은 아니라도 서 있는 위치에 따라 햇빛을 받고 제법 하얗게 빛이 났다.

엄허나, 너 흰 몸뚱이였으?

한 번도 나무 몸통을 보지 않았었다.

해마다 이른 봄, 그 놀라운 꽃 앞에서만 입을 벌리곤 했었다.

 

 

 


 

                                                                                                                                           <눈 아님>         

 

 

 

 

 

 


수많은 몽우리가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고 솜털은 바싹 곤두섰다. 

곧 터져 나올 것 같지만, 목련은 저 상태로 대기시간이 길다.

나도 이젠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흙은 부드러워져서 사소한 빗방울 자국마저 품고 있었다.

땅은 벌써 빗장을 풀고 기다리는 중이다.

 

 

 

 


 

 

 


#2

지난 주 kBS <독립영화관>에서 영화 "Mr.Nobody"를 보았다.

영상도 내용도 기법도 놀라운 영화였다.

이게 뭐야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호불호가 분명하겠지만, 나는 그 감각이 맘에 들었다.

더구나 KBS스럽지 않아서 금상첨화였다.

가뜩이나 초현실적인 내용이 스피디하게 교차편집 되어 자칫 내용을 놓치겠기에 안광레이저 쏘며 집중했다.

다 보고 Soundtrack을 검색하여 유투브에서 mp3만 뽑아 저장하였다.

영화가 거의 밤 2시에 끝났는데, 내가 그러다 정신이 드니 3시가 넘어 있었다.

이 밤에 내가 머하노 싶어 멈칫.... 하다가 다시 gogogo! 

 

 

#3

아들녀석이 졸업을 했다.

하지만 빛나는 취직 아닌 대학원으로 발을 들여놓아 나는 썩 개운하지 않았다.

고생한 이 모친에게 돈다발을 안겨주며 마침표를 찍기는커녕 다시 등록금 릴레이?

나, 당연히 선언을 했다.

첫 등록은 해 주겠으나 앞으로의 등록금과 생활비는 스스로 알아서 해라.

그럴려면 진학하고 아니면 마 치아라.

즉, 나는 고만하겠음.

놈은 그러겠노라고 했다.

 

 


 

 

 

 


저 정교한 꽃잎은 생화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안겨질 향기는 장미 향이 아닌 비누 냄새다.

 

입학시킨 6년 후, 졸업식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애초에는 꽃을 사지 않으려 했는데, 놈이 서운해서 두고두고 뇌일까 봐 걸음을 멈추었다.

생화는 몇 없고 그나마 시들거리는데 값이 터무니 없었다.

나는 노랑 장미를 골랐다.

생화가 아니지만 매우 깔끔하게 다듬어진 조화였다.

유난히 올해는 이쁜 조화 꽃다발이 많구나 감탄하던 중이었다.

그때 꽃 파는 총각이 그랬다.

그거 비누공예에요.

엥? 이거 전부 다요? 냄새 안 나는데?

네, 바깥이라 향이 날아가서 그러네요.

그럼 나중에 한 이파리 뜯어서 손 씻어도 되는 거라고?

 

졸업식장에서는 각종 싸구려 비누향이 떠돌았다.

내 앞의 긴 머리 아가씨가 든 분홍 장미는 누군가의 손을 씻게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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