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아래를 조심스레 들여다 본다.
참혹한 모습의 귀신이 거기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져서 벌벌 긴다.
비명과 우당탕으로 텔레비젼 속이 요란하다.
나는 이제 귀신 장면에 썩 놀라지 않는다.
무덤덤하거나, 속으로 에구 지랄을 해라 분장이 그기 머꼬, 이런다.
대개 컴퓨터로 후처리된 귀신 몰골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습기도 하고 기술적인 감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 같은 시청자만 있는게 아니니까, 방송사들은 귀신 아이템을 지치지도 않고 여름마다 써먹는다.
귀신도 한철이라고, 너그럽게 봐 줘야지 어쩌겠냐.
혼자서 귀신 드라마를 보던 바로 그때!
띵똥~.
벨이 울렸다.
헉!!!!
거짓말 보태면 간이 발등까지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니 밤 12시가 가까웠다.
이 오밤중에 벨 누를 사람이 도대체 없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드라마 소린가?
잠시 후 확실하게 다시 띵똥 하였다.
조심스럽게 나가 문 안에서 누구세여? 물었다.
버거킹 배달 왔습니다.
네? 머라꼬?
버거킹 배달요.
그렁거 안 시켰어요! (목소리에 힘 빡 들어감)
안 시키셨어요? 어.....
배달원의 확인전화 거는 소리를 들으며 몰래 창으로 확인을 했다.
버거킹 오토바이가 보였다.
잠시 후, 이 밤에 죄송했다는 말도 없이 한밤의 '사람'은 부르릉 사라졌다.
돌아와 텔레비젼을 보니 그새 귀신의 한을 풀어서 그들의 세계로 보내주고 있었다.
귀신 드라마를 보던 중이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이를 테면 EBS 수능특강이나 다큐나 예능이나 뉴스나 그 어느 것이라도.
결국 귀신이 한건 올리긴 올렸구나.
쳇, 저만치 굴러간 내 쪼잔한 간을 슬쩍 집어넣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