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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100일

by 愛야 2005. 10. 22.

    1,커피의 진화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신다. 

두어 시간 동안 일한다. 

입이 마른다.

그제야 커피를 한 잔 가져다 놓는다.

큰 머그잔의 80%되는 양이다.

참새오줌만 한 커피는 감질만 난다.

엄마는 옛날 넌 무슨 커피를 배부르도록 마시냐 하셨다.

 

성질 급했던 시절엔 뜨거운 채로  마셨지만 솔찬이 점잖아진 요즘은 조금 식혔다가 마신다. 

너무 식혀 기름기 둥둥 뜨는 커피를 데워 먹는 일도 다반사다.

온갖 커피 버전은 다 거쳐왔다.

 

커피 앤 크림...단맛을 극도로 싫어하던 2. 30대 즐겼다. 어느날부터 크림이 텁텁하게 느껴졌다.

블랙커피... 농도가 중요하다. 짙으면 약,  묽으면 보리차 같다. 나름대로 맑아서 개운하다. 80년대 드라마에서  지성의 포장용으로 꼭 등장한다.

커피 앤 설탕...차라리 맨설탕물이 더 낫다.

원두커피... 맑은 맛과 향이 좋다. 맥심 한 술에 물 많이 넣으면 비슷한 맛이 된다. 향 위주 제품들이 많지만 헤즐럿 같은 향을 더 강조한 커피는 취향이 아니다.

카푸치노... 비싸다. 그래서 더 맛있다. 계피향도 쪼매 좋다.

비엔나... 얼라시절에 호기심으로 마셨다.  윗입술의 크림은 꼭 혀로 핥아야 순진해 보인다.

카페라떼... 커피도 아닌 것이 우유도 아닌 것이 오히려 커피를 더 고프게 한다.

양촌리 커피... 긴 세월 끝에 정착한 곳은 결국 전원일기 커피다. 정말 달콤하다. 요즘은 커피믹스를 살까도 고려 중이다.

 

    2. 컴퓨터.

커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대개 오전 9시 이전이다.

한 시간만 하고 잠을 좀 자야 한다.

눈이 뻑뻑하니 수면부족을 증명하고 있다....

헐, 어느새 3시간째다. 

아들이 학교 가고 없어 그나마 완전범죄로 살았다.

아들에겐 한 시간만 하라고 소리친다.

 

    3. 아들.

요즘 아들을 보며 수양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 머리에서 김이 솟아 빠마가 되었을 것이다.

어제 저녁 노래방에 가 달라고 하도 조르길래 같이 갔다.

일본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다.

만화주제곡이다.

일본노래를 하지 말라고 하니 왜 하고 반항한다.

할 말이 없다.

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일본어 하는데 왜 학교 밖에서 노래는 왜 안되는지 설명을 못했다.

노래에는 얼이 들어있으므로? 

언어만 배우고 정서는 배척하라고? 

민족의 탄압역사가 있으므로? 

이제  그 잣대를 찾지 못하겠다.

벌쭘하여 나는 흘러간 pop song을 sing했다.

일본 노래나 서양 노래나, 정말 글로벌한 시간이었다.

 

    4.100일.

토요일이다.

변함없는 시간에 변함없이 컴퓨터를 켜니, 블로그에 미치신 지 100일째라고 뜬다.

그래서 그동안 술은 뜸했나 보다.... 100일 사진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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