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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진통제

by 愛야 2006. 2. 13.

그렇다, 낭만이다.

들이대듯이, 낭만이다.

낭만이라 하니 너무 치기스러운가.

맞다.

낭만은 얼핏 유치한 모양새다.

만약 그것 때문에 "나는 낭만적이다"라는 고백을 망설인다면 이미 당신은 낭만적이지 않다.

젊은 시절의 나라면 아마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였음에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장난이 뻔하고 피곤하다.

 

낭만은 그저 낭만이다.

거창할 것도 유치할 것도 없다.

돌아눕고 또 돌아눕는 번민도 낭만이다.

해질녘 어디론가 하염없이 떠나고 싶은 허망함도 낭만이다.

잠시 땅을 굽어보며 걷는 쓸쓸한 심정도 낭만이다.

아들과 돼지국밥을 먹으며 엄마의 츠자적 연애담을 해 주는 것도 낭만이다.

새벽 3시 30분부터 같은 노래를 5시간쯤을 꼼짝않고 들으니 세상이 밝아 있더라.

그것이 낭만이 아니었다면 가능할까.

 

낭만은 철저히 내 것이다.

밖으로 꺼내어지는 순간 내 낭만은 청승스러움 혹은 어설픔으로 변질된다.

나의 낭만이 모욕당할 이유가 무어 있겠느냐.

낭만을 침묵시킬 때야 낭만은 오롯이 나에게 머물 것이다 .

그 시간에 잠 안자고 노랠 왜 들어, 하는 사람에게 나는 한 잔의 술도 권할 필요가 없다.

슬픔과 아름다움 나눌 가슴이 그들에겐 없으니까.

내 오랜 두 친구는, 너무 슬픈 노래는 듣지 말어, 하지만 슬픈 노래가 좋긴 좋아, 라고 해 줄 텐데.

인생에서 그다지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낭만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아아 지금도 그것이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애닯게 핥아줄 것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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