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나는 나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혹 나는 미친 것이 아닐까.
밥을 하려고 쌀통을 보니 달랑 한 컵 정도가 있다.
어제 쌀 배달을 잊은 채 퇴근 후 밤시간을 내내 빈둥거리며 지내 버렸다.
그건 좋다. 흔히 있는 일이다.
쌀집의 스티커를 찾았다. 배달을 위해 바구니에 모아 둔 스티커를 찾는다.
하나하나 뒤져도 '경북쌀집"이 없다. 어리둥절하다. 여기 외엔 두지 않으니.
냉장고 문짝을 보아도 없다면 다른 곳엔 당연히 없다.
하지만 믿는 방법이 있다.
3분쯤 지난 후 다시 스티커 바구니를 찬찬히 뒤진다....있다.
아까 분명히 훑고 지나간 그 자리에 날아서 왔는지 짜안 있다.
이건 건망증하고 다른, 요즘의 새로운 증세다.
치과에 가려고 작은 손가방만 달랑이며 집을 나섰던 얼마 전
버스에 타려던 순간 혹시 싶어 교통카드를 확인했다. 없었다.
몇 번이나 손바닥만한 손가방 구석구석 찾았다. 절.대.로. 없었다.
맹세한다.
잔돈도 왜 하필 없는거야. 집에 갔다 오려면 예약 시간에 늦고 에잇, 택시ㅡ.
덤벙거린 덕분에 피 같은 돈을 멀기도 한 길바닥에 깔았다.
치과 복도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며 무심코 연 손가방 속,
커억, 얌전히 교통카드가 나타났다!
Magic show !!
솟아난 것이 틀림없다. 아아, 비일비재한 예를 더 들기 싫증 난다.
내 정신이, 인식을 관할하는 뇌 어딘가가 잠시 졸았나.
이제 무엇을 찾다가 없어도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찾았고 무엇을 못 찾은 것일까.
지금 못 찾은 것일지라도 잠시 후 다시 가면 거기 그렇게 있다
반가와 미치겠는 마음으로 내 속에 와 안기면 좋겠다. 참 좋겠다.
용피리 옵빠는 표범에게 묻는다.
묻지 마라 하면서 묻는 역설은 소월에게서 배웠겠지.
나는 다 아는 것 같았는데 이젠 아무 것도 모르겠다.
스티커와 교통카드가 있었다 해야 할지 없었다 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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