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길 건너 펭귄제과점으로 들어갔다. 한여름의 오후,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뭐 드실래요?" 종업원이 물었다. "빙수." 여자가 말하자 남자가 덧붙여 말했다. "팥빙수 둘, 찹쌀떡과 애플 파이 하나씩." 남자는 찹쌀떡을 좋아했다. 애플파이도 남자 몫이다. 여자는 단 것을 아주 싫어했으므로 아무 것도 욕심나지 않았다. 둘은 아직 다정한 사이가 아닌 듯했다. 아니면 싸운 후 처음 만나는지도 모른다. 여자는 말이 없고 무심한 표정이다. 그것이 남자로 하여금 눈치보게 만들었다.
여자와 남자는 둘 다 팥빙수를 좋아했다. 남자가 문득 여자의 입술 근처를 보더니 팔을 뻗었다. "팥 껍질이 묻었다. 떼어 줄께." 여자는 아무 말 않는다. "어...아니네, 점이구나." "응."
남자는 잠자코 애플파이를 한 겹씩 먹는다. "그거 부스러지기만 하고 뭔 맛이래? 순 단맛 뿐이던데." " ....... 벗기는 맛."
여자는 그 후 20여 년간 들은 남자의 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유머였다고 나에게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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