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턱을 휘돌아 가는 산복도로가 유난히 많은 도시다.
산복도로 촘촘히 낡은 집, 새 집, 서민 아파트, 고층 아파트 마구 뒤섞여 불을 밝히는 도시다.
지상에서 올려다 보면 그러나 공평하게 따스한 불빛이다.
안개가 자욱한 산복도로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린다.
흐린 날씨 탓에 어둠이 일찍 찾아와 아주 늦은 한밤중 같다.
오랜 기다림 후 마을버스가 안개 속에서 뿌연 빛으로 나타난다.
청년이 두 명 내린다.
내가 버스에 오른다.
창가에 여자 승객이 한 명 있을 뿐이다.
그녀는 얌전한 차림에 테 있는 흰 모자를 쓴 초로의 여자다.
창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다.
차가 출발하고 나는 출입구쪽 창가에 앉는다.
그 순간 텅 빈 마을버스를 울리는 우렁찬 노래가 터진다.
헤이일 수 어업시 수많은 바아므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프메 겨워...
여자 승객이 잠에서 깨어나 바로 노래를 한다.
너무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녀는 두 팔을 날개처럼 활짝 벌려 손뼉을 치며 노래 부른다.
안개 짙어서 한 잔 걸쳤을까.
술기운에 잠깐 졸다가 깨어나선 아까 부르다 만 노래가 떠올랐을까.
신나는 곡이 아님에도 손뼉은 크게 친다.
마치 사이비 종교의 예배풍경처럼, 혹은 춤추듯이 머리 위로 두 손바닥을 마주친다.
운전기사는 아무 말이 없다.
나처럼 놀라지 않는 걸 보면 아까도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저씨, 나 노래 불러도 되지요? 내 이날 이때껏 살면서...오십 하나 먹도록...
겨우 오십 하나 밖에 안 먹었구나.
그런데 벌써 그리 슬퍼서 어떻게 하는가.
나는 칠십쯤 넘어야 차 안에서 노래불러야지.
내린다, 내려 버린다.
노래하는 오십 한 살의 여자와 운전기사만 태운 버스를 버리고 다시 길에 내려 선다.
동쪽인지 서쪽인지 잠시 방향을 잃고 서 있는다.
노래 부르다 잠들고 깨어서 다시 부르는 여인.
이미자, 동백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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