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갔다. 예약을 한 날이라, 태풍 온다고 방송이 시끄러운데도 갔다. 비바람은 진작에 그치고 선선한데 방송에선 태풍이 오는 중이란다. 빙신들, 다 지나갔구마는...
내과가 A동에서 B동으로 이전해 완전히 새로 꾸몄다. 축하 화분들도 놓여 있고 무엇보다 깔끔하고 널찍해서 좋다. 의사 진료실 문은 물론 벽까지 줄무늬 유리로 되어서 안이 다 들여다 보인다. 필요한 최소한의 검사실과 수납시스템도 한 군데 모여 있으니 편리하다.
"OOO 님, 3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마이크 부름에 한 아줌마가 벌떡 일어나 해당 진료실로 향한다. 긴 막대 모양의 유리문 손잡이를 댕기던 아줌마,
"엄마야, 이기 와...빠지노!"
아줌마는 막대기형 손잡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새 문의 손잡이가 뽑혀 버린 것이다. 공교로운 문제는 그 아줌마가 너무나 한 덩치하셨다는 점이다.
"아니.....하필...내가 잡을 때..."
아줌마는 자신의 힘이 결코 그만큼 센 게 아니라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기실 사람들은 그러나 이미 피식피식 웃음을 참는 중이었다. 마침 간호사가 난처한 아줌마를 구했다. 이리 주시고 들어오세요.
아줌마가 진료실로 들어가고 나자 대기실의 여러 사람이 맘놓고 웃었다. 접수데스크 간호사 언냐들도 바쁜 와중에 다 보았는지 웃었다. 자원봉사 아줌마도 웃었다. 자원봉사 아줌마 옆의 한 여자가 크크큭 특히 많이 웃었다.
"하필 저 아줌마가 (웃고) 한 덩치 하시는 바람에( 또 웃고) 오해받겠... ㅋㅋㅋ"
그 여자가 나였다. 아, 정말 손잡이 뽑아 들고 선 아줌마의 모습은 만화 같았다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