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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멈추어야 할 텐데.

by 愛야 2012. 5. 9.

 

#.1

국수를 삶아 소쿠리에 받혀두고 산책하러 나갔다.

걷고 돌아오면 아무 일도 하기 싫기 때문이었다.

준비성 하나는 대낄이지.

멸치 +다시마 +버섯의 감칠 맛 나는 육수와 고명은 냉장고에 있으니 말이다.

 

30분 만에 백홈, 햇살은 어느새 여름이었다.

땀 축축한 옷 갈아입고 바로 냉장고 문 벌컥 열었다.

그리고 션한 육수 냄비를 꺼내 션하게 국수에다 좌악 부었다.

 

그.런.데.

육수가 다 오데로 갔나?

으으으으, 나 심장 멈추고 싶었다!

국수를 그릇에 옮기지 않고 소쿠리에 담은 채로 얌전히 다 부었다, 육수를!!!

상황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내 육수는 배관 파이프를 타고 떠나고 있었다.

아ㅡ 이 영역 넓힘이라니.

아직 이웃들의 글에서도 보고된 바 없는, 완전 신종 증상이렷다.

 

결국 고추장 넣고 시뻘겋게 비벼 묵었다.

젠장, 어찌 인생이 애초의 계획대로 흘러가겠는가.

 

#2.

생애 첫 보정속옷을 샀다.

 

약 1년 반 만에 급격히 체중이 는 사실은 익히 알았지만, 그래도 설마 했다.

한번 속력이 오른 몸무게는 가속력이 붙어 하루가 다르고 일주일이 다르다.

작년 가을에 입던 청바지를 꺼내 입으려는데 한쪽 다리를 넣는 찰라 벌써 불길하였다.

과연, 터져 나갈 듯한 허벅지는 차치하고라도 단추와 단춧구멍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다가가기를 거부했다.

이 청바지가 원래 딱 맞는 청바지였다면 충격받지도 않는다.

단추를 풀지 않고도 아래로 댕기면 벗겨지던 청바지였다.

단추를 강제 합체 후 내 배를 보니 가관이었다.

허릿단은 내 배를 강제 이등분할 하였다.... 더이상 디테일한 묘사는 이만 총총.

 

그러던 차, 홈쇼핑의 여자는 자신의 출렁이는 배를 증거물로 들이대며 보정속옷을 팔고 있었다.

비비안이란 브랜드도 한몫했지만 그 여자가 지 한 몸 망가지며 생방송에서 착용 전, 후 비교를 하니 마음이 실쩍 움직였다.

그래도 나, 무지 망설였다.

갑갑한 속옷을 죽어도 못 입는 체질임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뽕브라에 경기를 일으킴은 물론 한겨울 집에서 양말도 안 신는 맨살주의자 아닌가.

 

하지만 샀.다.

제품을 받자마자 이미 후회모드였지만 나는 내가 반품 못하게 제품을 훼손하기까지 하였다.

작은 칼집을 내어 와이어를 모두 빼내 버린 것이다.

음하하, 이젠 죽으나 사나 입어야 한다.

 

날씬해졌냐고?

입어 봤어야 사용 후기를 쓰지.

마침 확 더워진 날씨에게 핑계를 댈 수밖에.

 

 

 

 

 

 

 

the end of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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