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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약속

by 愛야 2012. 10. 16.

 

 

 

 

                                         

            들녘이 아름다운 때다.

            늦은 오후.

            길게 드러눕는 태양 덕에 노란 화폭 속으로 아지매가 들어갔다.

 

벼는 자신이 가진 절정의 색을 뿜는 중이다. 

벼만 홀로 여물고 있을 뿐, 주변 논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이젠 사람이 할 일은 끝났다.

햇살과 바람과 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바닷가 나무들은 해풍의 오랜 시달림을 고백한다.

바닷가 나무는 어디나 저런 모양새다.

바람에 밀려 자라고 죽을 것이다.

나무의 푸르스름한 그림자, 해가 지려고 하고 있다.

풀들은 그제야 자신의 좁은 날을 세우며 존재를 알린다.

 

 

 

시골 길에는 행인이 없다.

차들만 이어질 뿐 걷는 사람이 없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길가엔 키 큰 가을꽃들이 무성하고

코딱지만 한 꽃들은 마른 잡초 속에서 숨어 피어났다.

 

 

 

다리 늘이기 해찰.

그란다고 롱다리 되지 않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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