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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이 올까. (영화와 상관 없는 제목임)

by 愛야 2013. 8. 14.

 

 

설렘은 딱 영화를 보기 전까지다.

한 평 남짓한 매표소 겸, 홍보실 겸, 스낵바 겸, 대기실에 앉아 앞 영화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수십 번도 더 본 정물들을 찍고, 바뀐 포스터를 또 찍으며 논다.

 

꾸룩꾸룩, 스낵코너의 원두커피가 다 내려진 것 같다.

기다리던 사람 중 세 명이 천 원씩을 내밀고 커피를 산다.

때맞춰 앞 영화가 끝나고, 기다리던 다음 영화의 관객이 들어간다.

관객은 총 9명이었고, 그중 한 커플을 제외하곤 7명이 홀로 관객이었다.

늘 앉는 맨 뒷좌석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나는 뜨거운 커피를 다 마셨다.

 

 

 

 

에....쩝...끙.

오늘의 영화는 별로 간직하고 싶지 않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초청작이라더니 안판타스틱하다.

컬트무비도 아니고 그렇다고 범죄 스릴러도 아니고 그렇다고 멜로도 아니고 뭐란 말이지?

굳이 분류하라면 어설픈 컬트?

아니, 군더더기 범죄?

아니, 더티 무비?

 

배우들은 나름 쎄게 연기한다.

문제는 배우들이 아니라 시나리오나 연출의 역겨움이었다고나 할까.

산만한 스토리와, 다양한 선정적 이벤트를 제공하는 나머지 어둠 속에서 결국 헛웃음이 나와 버렸다.

감동해야 하는 시점이 젠장 도대체 어딘 게야?

 

악어 내장도 자상하게 보여주는 걸 좋아하고, 정면에서 목 긋는 걸 끔찍해하지 않으며, 해파리에 쏘인 상처에

오줌을 갈겨주는 민간요법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를 즐길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내가 메시지 건전한 8.15 광복절용 영화를 원하는 건 아니다.

그건 픽션을 허락할 분야가 아니며, 차라리 일 년의 기획 끝에 완성되는 방송사 다큐가 더 나을 것이다.

하하, 물론 모든 것은 내 저렴한 안목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여긴 내 방이라, 그저 내 감상을 쓸 뿐이다.

 

 

 

 

 

영화는 모름지기 관객의 염통 주변을 뻐근하게 해 주는 영화라야 한다는, 모호한 내 기준을 고수하고 싶다.

잔혹한 세부묘사가 없어도 인생의 참담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영화 <그을린 사랑>이 말하지 않던가.

                                   

영화가 실망스러우면 분이 안 풀려 다음 영화를 벌써 스캔하게 된다는 오, 행복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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