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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누스의 달

by 愛야 2014. 9. 18.

 

 

 

 

출연 : 비고 모텐슨(체스터) / 커스틴 던스트(콜레트) /  오스카 아이삭(라이달)

장르: 스릴러ㅡ라고는 되어 있는데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구나 생각됨. 나는 그저 로드무비 같은디....

 

 

 

제목이 멋지다.

꼭 겨울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관객을 강타할 파워가 영화 속에 있어 보이지 않은가.

더구나 세 주인공의 저 폼생폼사를 보라.

아이보리색 양복의 비고 모텐슨(체스터役)은 청년의 포즈 같았는데 영화에서 보니 영감이었다.

하지만 가장 돋보이는 연기와 심리였음을 인정한다.

노숙을 하고 도망치고 온갖 발광을 하는데도 저 양복은 늘 아이보리색이었다는 기적같은 사실.

 

그리스 관광지에서 만난 세 남녀.

어린 아내 콜레트와 휴가를 온 자칭 자산관리사 채스터는 사실 사기꾼이었다.

미국에서 크게 투자사기를 치고 돈을 챙겨 그리스로 피신여행을 온 셈이다.

사기 피해자가 고용한 사립탐정이 뒤를 쫒고, 체스터는 실수로 탐정을 죽이는데, 그것을 우연히 라이달이 보았다.

 

바가지 가이드나 흥정꾼으로 살아가는 라이달.

그는 체스터 아내 콜레트에게 끌렸다.

살인한 체스터에게 국경까지 도망치라고 권하였다,

그는 가짜 여권도 주선하며 국경지역까지 동행해 주겠다고 자청했다.

드디어 세 삼녀의 험난한 로드무비가 시작된 것이다.

 

라이달은 왜 체스터를 신고하지 않고 동행하며 스스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을까.

돈을 움켜쥐고 있는 체스터가 넉넉히 사례금을 주지도 않았는데?

첫째는 젊은 체스터의 아내에게 끌렸기 때문이다.

인연의 초반부에서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만, 어디까지나 내 짐작일 뿐이다.

둘째로는, 체스터가 자신의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다.

라이달의 아버지는 얼마전 죽었는데, 아버지와 불화인 그는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체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 저 남자 우리 아버지를 닮았다고 말하였다.

라이달은 아버지에 대한 죄의식을 상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사기꾼에 이제 살인까지 저지른, 도무지 믿음 안 가는 인간이지만 무사히 탈출시켜 주고 싶었는지도.

 

두 남자를 연결한 고리는 콜레트라는 아름답고 섹시한 아내이다.

그런데 콜레트의 속마음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버지뻘인 늙은 남편의 질투와 범죄에도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는지.

아니면 젊은 라이달에게 끌렸는지, 단지 친절한 것인지.

디테일한 감정전달이 아쉬운 판에 덜컥 그녀는 남편과 다투다 실족하여 죽고 말았다.

그 살인 누명을 라이달이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얍삽한 체스터가 만들어 줬다.

서로를 속이고, 따돌리고, 찾아내고, 도망치는 교활한 두 잔머리의 릴레이.

 

메탈릭한 화면이 아니라 80년대 아날로그풍 범죄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그리스와 터키의 흙먼지 풀풀 나는 풍광이 그리 만들었는지 모른다.

서정적인 범죄물이랄까?

사실 범죄물이라기도 미안하다.

목적을 가진 치밀한 사전계획과 실행이 아니라, 우발적 살인과 도망이었다.

이런저런 사건의 연속이 곧 스릴러를 뜻하는 건 아니니까.

쪼매 아쉽지만, 어쩌면 자로 덜 잰 듯한 전개가 이 영화의 독특함일 수 있다.

만약 감독과 원작자가 복고풍 범죄영화를 의도한 것이라면 성공이라고 말하겠다.

 

아, 나는 안경을 챙겨가지 않았었다.

영화관으로 가는 도중에 깨달았으나 집으로 돌아가긴 늦고 귀찮았다.

다행히 영화자막은 읽을 수 있었지만, 화면은 자동 뽀샤시 처리되어 원치않는 분우구를 연출했다, 쳇.

 

야누스의 달이라는 January.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인간의 속성을 빗댄 제목인가.

영화 속은 내내 여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영화를 곧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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