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디판(Dheepan)/ 드라마, 프랑스.
2015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2015 부산 국제영화제 초청작.
감독: 자크 오디아르
출연: 제수타산 안토니타산, 칼리스와리 스리니바산, 클로딘 비나시탐비 (아역)
#1
스리랑카 내전 중 가족을 다 잃은 한 남자가 프랑스로 위장망명하고자 한다.
'디판'이라는 이름의 죽은 남자 여권을 사고, 아내와 딸도 짜맞추었다.
아내 역할 여자의 최종 목적지는 영국이었으나, 입맛대로 뜻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이다.
그녀는 부모를 잃은 9살 여자아이를 물색해서 손을 잡아끌며 브로커 앞으로 달려왔다.
그리하여 남편, 아내, 딸, 구색이 갖추어졌지만, 그들은 서로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그는 이제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이름은 '디판'이 되었다.
영화에서 내전은 극적상황을 위한 단초일 뿐, 내전 그 자체를 분석하고 보여주진 않는다.
내전이 초점이 아니니 그럴 필요도 사실 없다.
위장 가족은 프랑스 망명에 성공하여, 정부에서 마련해 주는 일자리를 따라 정착하였다.
아이도 학교에 보내고, 남자는 아파트 관리인이고, 여자도 노인 돌보미 일자리를 얻었다.
문제는 그 지역이 대단한 우범지역이었다는 것.
전쟁을 피해 도망온 곳에서 다시 총질과 폭력을 겪어야 하는 그들.
그 폭력은 극심한 트라우마의 그들을 극단적이고 예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겨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추방되지 않고 살아가려면.
아무리 위장 가족이지만 이미 남편과 아내와 딸의 배역으로 묶여버린 그들이 어찌 남남일 수 있겠는가.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조금씩 자신의 역할에 적응하고, 상대의 역할도 받아들여 간다.
진정한 가족과 사랑을 이룰 때까지.
#2
작금의 시리아 난민사태가 당연히 떠오르는 영화다.
해변에서 발견된 아일란이 오버랩 됨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 내내 이상하게 거북해서 몰입이 되지 않았다.
영화 보러 온 것이 후회스러웠다.
주제가 훌륭하다고 해서 영화가 좋으란 법 있나?
뒤집어 말하면, 영화의 영상이나 처리가 썩 훌륭하지 않아도 주제만 훌륭하면 수상감인가?
대체 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이지?
나는 안목이 없나벼.
아님, 동서양의 차이인가?
아, 저 여배우 머리 좀 싹 자르등가 묶던가 하면 좋을 텐데.
그래그래, 그렇게 스카프라도 쓰라구.
새까맣고 찰진 머리카락이 미역줄기처럼 얼굴과 어깨에 엉긴 모습이 너무 싫어.
디판 아저씨, 억센 구둣솔 같은 콧수염 좀 어찌 안 되여?
얼굴도 까만데 왜 머리까지 답답하게 한 소쿠리로 길러?
저 허연 프랑스 건달 아재가 나오니 숨이 좀 쉬어지네.
봐 봐요, 저 프랑스인은 머리 짧게 깎았자너요.
아아, 딸이 제일 훌륭해, 이뻐.
쟈는 곧 폭풍 성장해서 아름다운 배우가 될끼야.
나, 무지 반성한다.
내 불편한 감정은 결코 정의감이나 인류애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
그것과는 별개로, 단지 화면 속 이미지 때문이었다는 것.
가뜩이나 시종일관 어두운 영상인데 배우들까지 까맣고 답답해서 그랬다는 것.
영화에서 이런 거부감을 처음 경험했다고나 할까.
내가 이렇게 유치한 사람인 줄 몰랐으.
굳이 변명하자면, 영화가 말하고자 한 바는 충분히 알겠기에 주제 外的인 것에 한눈을 팔았던겨.
영화에서 배우, 영상, 음악, 아름다움 그런 거 찾는 게 당연하잖아?
나는 가슴에서 한숨이 후우 나오게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싶었을 뿐이여.
디판의 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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