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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anchester by the Sea

by 愛야 2017. 3. 3.

  

 

감독 케네스 로너건 출연 캐시 애플렉, 미셀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루카스 헤지스장르 드라마 (미국, 2016)  

 

#1

그동안 영화를 아니 본 건 아닌데 뭘 보았는지 남은 게 없었다.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마음에 아무 흔적이 없었다는 게 옳으려나.그만큼 뻔한 감상이었다는 말이다.

영화소개를 볼 때 위 포스터처럼, 아름답고 감동, 인간적, 잔잔한, 감싸안는, 등이 들어가면 이미 마음은 시들꼬들하다.

영화보다 더 저질스럽고, 박진감 넘치고, 도무지 이해 안 되고, 뒤통수 치는 일이 뉴스만 틀면 나온 지 오래니까.

온갖 꼴들을 봐 와서 이젠 어지간한 영화에는 흔들리지 않는 맷집이 생겼다.

무딤의 굳은살, 슬픈 세상이다. 

 

#2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드라마를 전개하는 몇 가지 전형 중 대표적 하나는 '고향 방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가족의 죽음 혹은 본인의 시한부 선고 등을 계기로 오래 떠났던 고향을 방문한다.

주인공은 애써 피해왔던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고향을 떠나게 했던 참혹한 사건인데... 다투고... 이해하고... 과거를 끌어안고... 전격적으로 마 용서하고 ㅡ 우리는 이런 플롯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다.           

분방한 21세기에서 드라마의 전형을 운운한다면 그것처럼 진부한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범적 감독과 작가가 의기투합하면 그런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보스턴에서 아파트 잡역부로 일하며 사는 '리'는 형이 위독하다는 전화에 고향 맨체스터로 향한다.

하지만 '리'가 도착하기 전 형은 죽었다.

형은 유언장에 아들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정하였고 그를 위한 경비까지 남겼다.

남겨진 삼촌과 질풍노도의 조카 패트릭.

자신이 사는 보스턴으로 함께 가자는 '리'와 학교와 고향을 떠나기 싫다는 패트릭의 충돌.

둘의 조율도 만만치 않은데, '리'는 고향 곳곳에서 상기되는 자신의 과거로 더욱 고통스럽다.

아버지를 잃은 패트릭은 친구들과 밴드를 하며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사소한 것에서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다.

어릴 때 헤어진 엄마에게도 실망한 패트릭은 삼촌에게 조금씩 마음을 기대며 미래를 의논한다.

 

과거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바꾸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가능한 일이 있다면, 그것을 대하는 나의 마음뿐.

'리'는 형의 죽음, 패트릭과의 갈등을 풀어가는 동시에,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신의 과거를 직시해야 했다. 

영화 속 인물은 격앙할지언정 영화적 톤은 담담한 일상적 시선으로 풀어가는 영화였다.

주인공이 처리한 결말마저 아주 합리적이어서 감동을 주려고 억지 드라마를 부리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안도했다면 모순인가?

미국영화다웠다.

 

#3

자막이 올라갈 때 일어나 영화관을 나오니 7시 26분.

5시 10분부터 영화가 시작되었으니 running time 무려 135분이 넘었다.

특별히 강력한 한방도 없이 그 시간을.

(단관극장이라) 겸손한 요금으로 이토록 기~~일게 보여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 영화로 주인공 '리' 役의 캐시 애플렉은 얼마 전 2017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나로서 공감이 되든 안 되든 말이다.

 

 

<사진은 Daum에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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