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 건너편 아가씨가 벌떡 일어난 것은 버스가 터미널을 출발하고 겨우 5분이나 되었을까.
20살도 안 되어보이는 앳된 아가씨였다.
아가씨는 기사에게 가서 조심스레 말했지만 뒷좌석까지 다 들렸다.
"아저씨, 화장실이 급해서...내려주시면 안될까요?"
"어허, 출발 전에 화장실 댕겨왔어야지요!"
기사는 이제는 소용없는 충고를 하였다.
그녀는 출발 전부터 내내 전화를 붙들고 있었는데 전화를 끊고나자 갑자기 화장실이 다급해졌나 보다.
기사는 내려줄 수 없으니 남산동 정류소까지 참으라 했다.
남산동 정류소는 도시 외곽의 간이정류소였는데 이 방향 버스들은 반드시 들렀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도 없이 좌석으로 돌아갔다.
갑자기 기사는 확연히 느껴지게 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동차들을 요리조리 빠져나가기도 하였다.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도심을 지날 때는 굳이 속력을 내지 않는데 말이다.
이것은 좌석 시트를 오줌으로 오염시키지 않겠다는 결의 혹은 배려인가.
나는 쏠리는 몸을 가누어 좌석밸트까지 찾아 매었다.
타인의 위급한 배설기관을 위해 안전밸트까지 매고 간이정류소에 도착했다.
"화장실 다녀와요~~!"
기사는 크게 소리쳤고, 아가씨는 총총 내려 사람들 사이로 달려갔다.
그리고 탈 사람 다 탄 후에도 아가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기사는 잠시 더 머뭇거리더니 차문을 닿고 출발하였다.
아가씨는 다시 표를 끊고 다음 차를 이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녀는 3800원짜리 배설을 한 셈이다.
라고 보여진 사실만을 쓰고 난 후 곰곰 생각했다.
어쩐지 그녀는 처음부터 화장실에 갈 목적이 아니었을 것 같았다.
갑자기 생긴 일로 도중에 내리려니 가장 그럴 듯한 화장실을 핑계로 댄 것이다.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기에는 다리를 달달 떤다든지 외로 꼰다든지 하는 인내와 조바심의 액션이 없었다.
더구나 길에서 내린다고 해도 도로에 떡하니 화장실이 있지 않은 이상 해결방법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 아가씨가 내내 전화하고 있었던 사실도 떠올랐다.
무엇보다 큰 증거로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지 않은가.
그녀가 거짓말이었다면,
그래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가버렸다면, 그렇다면 참 문제다.
여러 사람이 타고가는 고속버스를 내 필요에 의해 세워주세요라니.
비행기는 아니지만 그런 사고방식의 기저는 다 똑같으니까.
만약 기사가 아가씨 요구대로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슬쩍 내려주었다면 나는 버스회사에 민원을 넣었을지 모른다.
다행히 기사를 폭행하지 않고 간이정류소까지 가서 사라졌으니 이해해 줄 참이다.
아차!
그녀가 혹시 변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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