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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똥 땄떠?

by 愛야 2015. 8. 10.

 

 

 

옵빠, 나 똥 땄떠, 떨따똥 땄떠. ( 번역: 오빠, 나 똥 쌌어, 설사똥 쌌어)

 

T.V. 속에서 어여쁜 처녀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어리광부리는 말이었다.

심지어 광고에도 이런 말투가 나왔다.

나는 진심으로 깊이 놀랐다.

 

남자들이 베이글女를 좋아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베이비 페이스가 아니라 베이비 뇌와 혀를 말한 것이었나?

처녀의 한껏 치장한 꼴을 보니 3세는 지났고, 그렇다면 저건 어리광도 뭣도 아닌 지진아 수준이다.

똥 싼 것이 칭찬거리가 될 시기는 지난 것이다.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범하는 어른들의 오류는 어른들이 유아 언어를 오히려 따라 말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음성언어를 말하면 아이는 그것을 흉내내어 따라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발육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대로 미완성으로 말한다.

아이는 성장하며 수없이 반복적으로 듣고 따라 말한 결과 온전히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어른이 거꾸로 유아 언어를 따라하며 "그랬쪄요?" "밥빠 먹었쪄요?" 한다면

아이는 제대로 듣는 기회를 한번이라도 더 놓칠 뿐더러 자신의 발음을 굳이 바꾸려고 애쓸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미완성 발음으로 하더라도 어른은 올바른 언어로 끊임없이 말해줘야 하는 이유다.

 

대놓고 어리광부리는 여자들을 빗대어 풍자하느라 생긴 문구(?)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더욱 한심스러웠다.

다 자란 어른이 애교용으로 유아 언어를 구사하고 또 방송에서 분별없이 사용하다니 이건 퇴행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혀짧은 말이 어느 정도 <옵빠>들에게 먹히니까 "똥 땄어."까지 진화하지 않았을까.

수많은 <옵빠>들에게 정말 묻고 싶다, 혀짧은 저런 애교를 좋아하느냐고,  부끄럽지 않고 좋아 죽겠냐고.

또한, 혀짧은 처녀들에게도 묻고 싶다, 그렇게 하면 귀엽게 보일 것으로 믿느냐고.

만약 내 아들이 눈앞에서 저따위 시범을 보인다면, 나는 총알처럼 방석을 집어 던짐은 물론 모자의 연을 확 마 끊으리라.

 

아, 결론적으로 난 우리 말과 글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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